고층빌딩이 토네이도를 막을 수 있을까?

타임스퀘어보다는 캔자스주의 평야지대에서 토네이도가 더 잘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텍사스주에서 시작해 사우스다코타까지, 그리고 록키산맥부터 캔자스주로 이어지는 일명 '토네이도 회랑'은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가장 잘 발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만 1년에 수백 개의 토네이도가 탐지된다. 하지만 여기가 농지가 많은 평야지대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토네이도는 조건만 맞는다면 어디에서나 출현할 수 있다.

실제로 토네이도의 발생 원인은 두 개의 상반된 날씨가 특정 조건 하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토네이도 회랑 지대에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것 역시 그러한 조건이 다른 지역보다 자주 형성되는 탓이다. 이 지역에서는 봄이 되면 캐나다에서 넘어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동풍이 되어 꾸준히 불어온다.

또한 멕시코만에서 형성된 덥고 습한 공기가 북서풍으로 다가온다. 이 두 개의 전선이 만나게 되면 격렬한 뇌우를 일으키는데 뇌우의 강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해질 경우 강력한 상승기류가 발달할 수 있다.

바로 이 상승기류가 지면 부근이나 대기권의 중층 또는 상층부의 저기압과 상호작용했을 때 소용돌이가 생성된다. 이것이 다양한 요인으로 커져 주택을 집어삼키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기도 하는 지상의 무법자 토네이도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시에서 토네이도의 발생률이 낮은 것은 이 같은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일 뿐이다. 하지만 미국 국립기상청(NWS) 뉴욕주 업튼 분소에서 기상경보 조정업무를 맡고 있는 기상학자 개리 콘트는 마천루가 가득한 도시들도 종종 토네이도의 피해를 입는다고 말한다.

최근에도 댈러스, 멤피스, 마이애미, 그리고 맨해튼을 제외한 뉴욕주의 4개 자치구가 토네이도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는 설명이다. 즉 마천루를 포함한 지형학적 조건에 의한 토네이도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콘트의 말이다. "토네이도의 높이는 마천루의 높이보다 수백m 이상 더 높습니다. 따라서 고층빌딩으로는 절대로 토네이도의 접근을 차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콘트는 마천루가 토네이도의 모양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도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평야의 그것보다 그다지 멋진 모습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모양이 다소 볼품없다고 파괴력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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