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갈비 먹었네~
서울 용산구 용문갈비집 전경. 간판에는 그 흔한 조명 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십수년간 이 자리를 지킨 간판이다. 유리문으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용문갈비집 메뉴판. 메뉴판 근처의 식기와 찬장도 나이를 꽤 먹었다.
자리에 앉으면 놓여있는 수저. 수저 위에는 ‘1973년부터’라는 말이 쓰여 있다.
8월 초에 방문했지만 꽤 손님이 많았다. 일하시는 이모님들은 정말 이모같다. 외할머니 찾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드디어 나온 돼지갈비. 양념이 넉넉하게 함께 나온다. 특히 이 집의 돼지갈비는 고기 손질부터 양념까지 전날에 모두 해놓은 후 그 다음날 내놓는 원칙이 있다.
불판에 고기를 올리면 돼지 고기에서 나는 향과 양념이 익는 냄새가 어우러져 기운을 돋운다. 사실 돼지갈비는 양념이 쉽게 타기 때문에 굽기 까다롭다. 돼지갈비는 너무 펴지 말고 익히는 편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구워봅시다.
한번 뒤집은 후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놓자. 숯불의 특성상 불의 세기가 고르지 않아 특정 부위만 탈 수 있다.
다 구워진 돼지갈비. 은혜롭다.
고기 맛은 깜짝 놀랄 정도로 삼삼하다. 여느 음식점과 달리 간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간장에 재웠음에도 짜지 않고 단맛도 과하지 않다. 조미료도 안 쓰지는 않았지만 소량만을 넣으신다고. 간이 삼삼해 고기를 씹다보면 양념과 육즙 맛이 함께 나 풍미가 산다. 아이에게 먹여도 좋을 것 같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고기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동치미. 무와 배추를 많이 넣어 아삭아삭하면서 시원하다. 오래 숙성시켰기 때문에 무에 간이 제대로 배어있다. 돼지갈비 한 점 먹고 한 수저 호록호록 먹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매우 기본적인 파절임이지만 파의 알싸함이 나도록 간을 해 돼지고기와 합이 좋다.
이렇게 싸 먹어보자.
상추 비싸다는 소리가 무색하게 산처럼 쌓여 나온다. 여기가 우리 집인가 싶을 정도로.
투박하게 썰어져 나온 고구마와 당근. 고구마가 물건이다. ‘아 뭔가 아삭한 게 필요한데’ 하는 생각이 들 때 와작와작 먹으면 뭉근한 단 맛이 나서 좋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후식으로 냉면이 나온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먹는 중간에 나온다. 평양냉면식의 부드러운 면인데 김치가 함께 담겨 있어 새콤한 맛이 난다. 김치말이국수라고 오해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완벽한 조합.
끝난 줄 아셨겠지만 먹방은 계속됩니다.
테이블마다 나오는 식혜까지 먹어야 한다!
이 식혜도 가게에서 직접 담갔다고 한다. 식혜인데 설탕 단 맛은 덜하고 엿당에서 나는 묵직한 단 맛이 난다. 기분 좋은 맛이다. 이 즈음되면 정말 외할머니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생일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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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지갑의 사정을 넘어 먹지는 못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