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을 타나 봐~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고!
다크서클의 대명사라 불리는 가오나시도 연어를 와구와구 먹습니다.
서울로7017과 가까워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얻고 있는 후암동 골목. 하루종일 유동인구로 북적이는 서울역 앞과는 달리 이 골목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특히 대부분 주택이 밀집돼 있어 건물이 낮고 아기자기하며 오래된 집들이 많아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진지함이 한껏 묻어나는 ‘궁서체’ 간판과 달리 가게 외부 인테리어는 모던한 느낌이다. 특히 2층짜리 단독건물로 대략 40여명 정도 수용할만큼 넓직하다.
아무래도 상업지구가 아니다보니 네온사인도 많지 않아 유독 어둡게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이 가게는 간판에 스포트라이트가 5개나 달려있어 멀리서 봐도 존재감을 내뿜는다.
세련된 느낌의 가게 외부와는 달리 가게 내부는 무심한듯 시크한 느낌이 물씬 난다. /출처=구글
2층 내부 모습. 사방이 유리 창문으로 돼있기 때문에 탁트인 느낌이다. 점심때는 여유롭게 바깥 풍경을 보면서 분위기내기 좋은 장소다. 하지만 저녁에는 대부분 단체 회식 손님이 많아 금세 홀이 가득찬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목요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우리 테이블빼고 전부 회식하러 온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출처=구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연어를 메인으로 육류, 묵은지 등이 함께 구성된 세트메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연어삼합 세트’가 으뜸! 이 날은 특별히 게스트 2명을 초청해 4명이서 연어 삼합세트(중), 연어와 육회세트(중)를 주문했다.
혹시 일행 중에 연어를 좋아하지 않거나 못 먹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생선을 좋아하지 않아도 ‘육류’로 구성된 단품메뉴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이 집 연어는 노르웨이산이다. 참고로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연어 수출국이라는 사실! 그 외에 다른 식재료들도 국산 혹은 현지산을 쓰고 있어 퀄리티만큼은 믿고 먹을 수 있을듯!
주문하고 약 10분만에 연어 삼합 세트가 나왔다. 끓이거나 굽거나 튀기는 조리과정이 없다 보니 금방 나온다.
두툼하면서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연어의 고운 자태를 보라. 오렌지 빛깔만 봐도 생기가 돋는듯한 느낌이 든다. 참고로 이 집은 냉동이 아닌 ‘생연어’를 사용한다.
먼저 연어 고유의 맛을 느끼기 위해 간장에 살짝 찍어 연어만 먹어보자. 큼직한 연어 한 점에 입 안이 가득 찬다. 사케 생각이 절로 납니다요.
이번에는 연어, 묵은지, 소고기 타다끼 삼합으로 풍미를 느껴보자.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삼삼한 묵은지가 간을 맞춰줘서 굳이 소스를 안찍어 먹어도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 연어를 묵은지에 싸먹는 건 정말 유레카인듯! 다만 소고기 타다끼도 두툼하기 때문에 한 번에 입 속으로 넣으면 씹을 여유도 없을만큼 꽉 찬다.
연어와 육회 세트가 드디어 나왔다. 날 것의 향연이다.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말 빛깔이 곱다. 풍.미.작.렬!
탱글탱글한 달걀 노른자가 육회 품으로 쏙~
고소한 노른자를 톡 터뜨려 쉐킷쉐킷~ 빨리 비벼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연어를 계속 먹다보면 살짝 느끼하거나 질릴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잽싸게 육회 한 입 먹으면 리프레쉬된다.
홍차잎을 우려낸 씁쓸한 베이스에 바닐라 시럽 그리고 거품이 수북히 올라오는 얼그레이 홍차다.
단골 할아버지가 팁 대신 늘 선물로 주셨던 연어 더미들.
무려 1년 가까이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떠나기 마지막 날에서야 캐나다 산 연어를 먹어봤다는 게 억울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