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술유출은 범죄
"내가 한 연구…" 불법으로 안여겨
"이 정도야 괜찮겠지" 한국적 온정주위 만연
'지재권 보호' 연구원 인식부터 높여야
퇴직연구원 합리적 보상기준 마련도 절실
입력 2006-08-03 16:32
유관부서 외엔 특정정보 접근 불허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산업보안에서도 세계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시스코는 전세계 3만6,000명의 직원들을 정례적인 보안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체계적인 보안시스템을 가동, 정보유출을 막고 있다. 시스코의 사내보안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생활화된 ‘보안교육’이다. 중요한 정보는 바로 ‘사람’을 통해 유출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시스코 임직원들은 1년에 최소한 5~6차례의 보안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교육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존 체임버스 회장이 직접 출연해 직원들과 문답 형식으로 진행하는 ‘도덕성 교육’도 있다. 체임버스 회장은 직원들에게 늘 “Security starts with me.(보안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시스코의 직원들은 개인용 PC는 물론 사내 인터넷망 접속을 위한 비밀번호도 6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 더 나아가 비밀번호 역시 숫자와 문자, 그리고 기호까지 조합한 10자리 내외로 구성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유관 부서 근무자가 아닌 한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허된다. 설령 유관 부서라 하더라도 다른 부서에 접속할 때는 온라인을 통해 1시간 가량 보안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시스코는 1,500명으로 구성된 보안관리 전담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해킹이나 문서유출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최대 60여명이 팀을 구성해 즉각 대응에 나선다. ● 수兆대 기술 유출, 처벌은 '솜방망이' 기업 대부분 사표로 마무리
"실패한 범죄 중형 어렵다"
실형선고율도 7%선 그쳐 ◇사례 1=지난해 3월 삼성전자 전 연구원 이모(35)씨와 컨설팅업체 직원 장모(35)씨는 최신형 휴대폰 회로도 및 부품배치도를 해외로 빼돌리려다 검찰에 적발, 기소됐다. 이들은 국내 연구인력을 끌어들여 해외에 휴대폰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까지 추진했다. 이런 기술 유출이 성공했다면 회사는 무려 1조3,250억원의 손해를 입을 뻔했다. 그러나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은 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례 2=하이닉스반도체의 전 연구원 김모(37)씨는 지난 2004년 미국 업체로 이직을 추진하면서 하이닉스사 근무 중 연구한 반도체 검사 기술을 가져가기로 계획했다. 이 기술은 하이닉스가 2년간 직접 개발비만 50억원 이상을 투입, 개발한 것으로 경쟁업체에 유출될 경우 매년 4조원의 매출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결국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 받았다. 기술유출은 단순한 절도사건에 비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애써 개발한 핵심 기술이 경쟁업체로 넘어가면 조 단위의 손실을 초래한다. 하지만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회사 차원에서 기술유출 사건을 미리 차단할 경우 그저 사표를 받는 수준으로 그칠 때도 많다. 이들이 대부분 우수 인력인데다 이런 사건을 공개할 경우 회사 이미지도 실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술유출사범이 실형을 사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기술유출 사범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138명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이런 산업 스파이 행위에 대한 실형 선고율은 7.2%에 그쳤다. 전체 형사사건에서 유기징역 이상의 실형 선고율이 30.7%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는 기술유출 사건의 특성 때문이다. 형사사건에서 양형을 판단할 때는 피해액, 전과 여부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기술유출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왔다는 것은 이미 기술유출은 실패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로 발생한 피해액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중형을 선고하기 힘들다. 또 기술유출사범들이 대부분 연구원으로 전과가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기술유출 사범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3년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면서 “대부분 범행에 실패해 법원에 넘어오기 때문에 관행상 중형을 선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유출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기술유출사범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술유출이 성공을 거두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술로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산업보안 의식을 높여야 한다”며 “업계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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