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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푹푹찌는 여름, 낭만 가득 '서해금빛열차'

수정 2016-07-22 14:32

입력 2016-07-22 05:00

서해금빛열차 온돌마루실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해금빛열차 온돌마루실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저희 엄마 모시고 동생이랑 다 같이 왔어요. 어르신 모시고 갈 수 있는 여행이 뭐가 있을까 찾다 보니까 서해금빛열차에서는 뜨끈한 온천수에 족욕을 할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온돌실도 있고요. 그야말로 대청마루에 걸터앉은 기분이에요.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데요? 호호호” -서울 거주 정윤덕(54)씨.

기차는 낭만을 품고 달린다. 차창은 하나의 액자가 되어 시시때때로 새로운 풍경을 담아낸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나란히 앉아 열차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면 기차 특유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열차 특유의 리듬이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행객들의 설렘을 배가시킨다.

기차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모든 과정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온 가족이 두 다리 쭉 뻗고 떠나는 온돌마루실부터 달리는 열차에서 즐기는 개운한 족욕탕까지 서해금빛열차를 타면 로망이 현실이 된다.

서해금빛열차는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익산 등 서해 지역의 보물 같은 관광지 7곳을 지난다. 금빛으로 물든 열차에 올라타면 서해를 한발 먼저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통로 바닥, 모래사장에 그린 하트 프린팅 등 열차 곳곳에서 서해의 정취가 묻어난다. 가는 내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 반지 만들기, 풍선 아트, 마술공연 등 승무원들이 매일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가득 싣고 달리는 서해금빛열차의 찬란한 매력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세계 최초 온돌마루실, 여름엔 시원한 대청마루 겨울엔 뜨끈한 아랫목으로 변신

호남선의 첫 번째 관광 열차인 서해금빛열차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온돌마루실이 있다. 단아한 미가 돋보이는 전통문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랑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한옥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객실답게 한지 느낌이 물씬 나는 노리개 문양의 벽지와 편백 나무로 만든 고풍스러운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것질거리를 올려놓을 아담한 탁자를 가운데 두니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1실당 최대인원은 6명. 꽉 채워 이용하면 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 걸. 기자가 탄 객실을 두고 왼쪽에는 6인 가족이 오른쪽에는 고등학교 동창끼리 여행을 간다는 40대 주부 여섯 명이 자리 잡았지만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이 날 온돌마루실을 이용한 정상희(가운데·47)씨는 “어르신들이 다리를 쭉 펴고 여행할 수 있어 특히 좋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이 날 온돌마루실을 이용한 정상희(가운데·47)씨는 “어르신들이 다리를 쭉 펴고 여행할 수 있어 특히 좋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온돌마루실을 이용한 정상희(47)씨는 “어르신들은 의자에 오래 앉아 계시면 불편하신데 이렇게 다리를 쭉 펴고 여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씨는 “등이나 한옥식 문, 노리개 장식의 벽지가 어르신들께 신혼 첫날밤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 같다”며 “따뜻한 온돌도 꼭 느껴보고 싶다. 겨울에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 살배기 딸 아이를 데리고 탑승한 김하나(34)씨 부부 역시 “(일반실 대비)표 값으로 3만원이 더 들었지만 그 값어치 이상을 한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이에게 아무리 주의를 줘도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며 칸막이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3인부터 최대 6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온돌마루실은 단 9실뿐이다.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맘때 이용하려면 한달 전부터 서둘러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7월 중순부터 열리는 보령머드축제도 서해금빛열차 인기에 한 몫한다. 축제가 열리는 대천역에 정차하기 때문. 덕분에 ‘외국인 선호도 1위’라는 보령머드축제의 막이 오른 지난 15일 열차 곳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푸른 눈의 프랑스 관광객 미쉘(30)씨는 “머드축제에 가려고 티켓을 끊었는데 타고 보니 서해금빛열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미쉘은 3호차 카페칸에서 진행 중인 장미 반지 만들기를 체험하며 “참여할 수 있어 더 즐겁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동승객 루이(34)씨도 “보령머드축제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서해금빛열차는 처음이다. 퀴즈 이벤트도 있고 포토존도 마련돼있고 즐길 거리가 많은 열차라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장미 반지 만들기부터 피로 날리는 족욕탕까지…이색 이벤트 풍성

서해금빛열차에서는 어린아이를 위한 풍선아트, 페이스 페인팅은 물론이고 마술, 노래, 악기공연에 이르기까지 매일 색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탑승객의 안전과 재미를 동시에 책임지는 서해금빛열차 승무원들은 고객의 즐거움을 위해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근무한 지 2년 3개월째라는 승무원 송민영(25)씨는 “승객 비율에 따라 이벤트가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여성 승객 비율이 높으면 장미 반지 만들기, 어린이가 많으면 풍선아트, 중장년층이 많으면 악기나 노래공연을 펼치는 식이다. 이 날은 와이어로 장미 반지 만들기 이벤트가 열렸다. 자신의 손가락에 꼭 맞는 꽃반지를 선물 받은 승객들은 인증샷을 찍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짜증 내는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누가 먼저 왔느냐고 물어가며 승객들은 자발적으로 차례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서해금빛열차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와이어로 장미 반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서해금빛열차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와이어로 장미 반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승객 한예지(20)씨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차창 너머 경치를 감상한다는 게 정말 멋진 경험”이라며 족욕체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객 한예지(20)씨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차창 너머 경치를 감상한다는 게 정말 멋진 경험”이라며 족욕체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 카페칸인 3호차를 찾았다면 한 켠에 마련된 족욕탕 체험을 권한다. 습식족욕과 건식족욕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한 후 탁 트인 차창 너머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도고 온천수가 가득 담긴 따뜻한 탕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피로가 싹 풀린다. 예매한 열차를 놓쳐 울며 겨자먹기로 탑승하게 됐다는 대학생 한예지(20)씨는 ‘대만족’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남자친구와 군산 여행길에 올랐다는 한씨는 “열차를 놓쳐서 속상했는데 좋은 추억이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제일 빠른 기차를 알아보다가 리뷰가 좋아서 결제했는데 잘한 일 같다”며 빙긋 웃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이라면 2호차와 3호차 사이에 마련된 포토존을 둘러볼 만하다. 2호차 출입문을 닫고 낚싯대를 움켜쥔 포즈를 취하면 월척을 낚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이 더 잘 나올 수 있게 조명을 추가로 설치한 덕분인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송 씨는 “가족단위 승객들에게 인기가 많긴 하지만 아이들보다 오히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신다”고 넌지시 말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던 어른들 사이에서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여행이 주는 설렘에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티없는 모습이었다.

귤 꾸러미와 삶은 계란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동심을 되찾게 만드는 기차여행, 올 여름엔 서해금빛열차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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