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겉과 속이 다른 건축물...‘더 플라자' 호텔
낙후된 북창동 가린 거대한 병풍...'서울 600년史' 풍경이 한눈에
입력 2016-10-14 16:17
서울광장 주위로는 600년 고도(古都) 서울의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시대를 달리하는 여러 건축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덕수궁이나 지난 2012년 완공된 서울시청 신청사 등이 그중 하나다. 이 건축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그 의미를 더해갈 것이다. 하지만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 중에서도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건축물은 ‘더플라자(THE PLAZA)’호텔로 남을 것이다. 1976년 10월에 문을 연 더플라자호텔은 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았다. 더플라자호텔은 지난 40년간 한국 현대사의 희로애락을 곁에서 지켜본 산증인과도 같은 존재다.
●서울의 어두운 단면, 북창동을 가로막은 호텔
세로 15m인데 가로는 96m로 유난히 길어
건설 당시 靑·시청서 “가려라” 얘기 전해져
더플라자호텔은 가로면의 길이가 유난히 길고 세로면은 유난히 짧은 모양을 하고 있다. 가로면의 길이는 96m인 반면 세로면은 15m다.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의 가로면과 세로면의 길이가 각각 47.6m, 47.9m로 거의 비슷한 것과 대비된다. 이우호 세빌스코리아 호텔담당 이사는 “일반적으로 호텔의 경우 연회장이 있는 아래층은 정사각형 형태를 띠고 객실이 있는 위층은 전망 등을 고려해 옆면의 길이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더플라자호텔은 그중에서도 옆면이 짧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독특한 외관을 두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도심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북창동의 어두운 단면을 가리기 위해 지금과 같이 병풍 모양으로 호텔을 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정확한 사료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더플라자호텔이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병풍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울시청 쪽에서 바라볼 때 북창동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더플라자호텔을 운영하는 한화그룹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문엽 한화호텔&리조트 호텔부문 홍보담당매니저는 “북창동이 지금은 유흥가로 변했지만 더플라자호텔을 지을 당시만 하더라도 가장 오래된 화교촌이었다”며 “워낙 못 살던 동네고 지저분했기 때문에 청와대와 시청 쪽에서 북창동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기 위해 호텔을 세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병풍 모양이지만 남산이라는 자연의 선물을 포옹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과 비교된다.
●최고의 입지에 자리한 호텔…한국 현대사의 산증인
시청 마주보고 경복궁·덕수궁도 가까워
현대家 단골인 중식당 ‘도원’도 유명해
더플라자호텔은 호텔 입지로는 최고를 자랑한다. 서울시청을 마주 보고 있고 덕수궁이 바로 옆에 있을 뿐 아니라 경복궁·숭례문 등이 가까이에 있다. 서울의 600년 역사를 호텔 방에서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을 정도다. 명동 상권과 도심 오피스 지구와도 가깝다. 윤 매니저는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옛 시청을 마주 보고 있는 호텔은 있지만 신시청을 마주 보고 있는 호텔은 보안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다”며 “외국인 투숙객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덕분에 그간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더플라자호텔을 찾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입지가 늘 장점이 됐던 것만은 아니다. 서울광장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하다 보니 종종 사회적 갈등이 충돌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투숙객에게 편안한 숙박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호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점이다.
더플라자호텔에는 ‘도원’이라는 유명한 중식당이 있다. 도원은 1972년 개관 당시부터 40년 동안 한결같이 더플라자호텔을 지키고 있다. 더플라자호텔 관계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같은 경우 일주일에 8번이나 도원을 찾았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현대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과 같이 오던 식당이기 때문에 지금도 자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리모델링
伊 디자이너가 외관서 객실 가구까지 바꿔
유칼립투스 향기 마케팅도 호텔 매력 높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플라자호텔은 오래된 호텔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40년 동안 도시 한가운데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더플라자호텔 내부로 들어서면 겉과 속이 완전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로비에서부터 그 어떤 호텔 못지않게 현대적인 트렌드가 반영된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실제 더플라자호텔의 약점 중 하나도 오래된 호텔이라는 이미지였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플라자호텔은 2010년 건축물의 뼈대만 남기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은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귀도 치옴피가 맡았다. 외관과 객실뿐 아니라 호텔 로고와 유니폼·가구·쿠션까지 모든 것을 치옴피에게 맡겼다. 윤 매니저는 “더플라자호텔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도심 중앙에 위치해 있다 보니 오래된 호텔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마침 호텔 시장도 포화 시점이어서 리모델링을 통해 부티크한 콘셉트로 개성을 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도 호텔 내부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오래된 궁 바로 옆에 현대적인 트렌드가 반영된 호텔이 있다는 점에 만족스러워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호텔기업인 매리엇의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오토그래프 컬렉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이 같은 개성을 더욱 살리고 있다.
더플라자호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특유의 향이다. 더플라자호텔에 들어서면 코알라의 주식으로 알려진 유칼립투스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이는 더플라자호텔이 내세우는 향기 마케팅의 일환이다. 투숙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직원들도 모두 유칼립투스 향이 나는 유니폼을 입고 근무를 한다. 윤 매니저는 “유칼립투스 향만 맡더라도 호텔이 생각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향뿐 아니라 음악과 조도에도 콘셉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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