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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수표 된 청약제도…"당첨 후 불법 당첨자 될까 겁나요"

1978년후 138번 바뀌었는데

정부는 139번째 개정 앞둬

기준 복잡해 가점 계산 등 혼란

부적격 당첨 5년간 14만건 달해

수정 2018-10-31 19:55

입력 2018-10-31 17:22

지면 5면
난수표 된 청약제도…”당첨 후 불법 당첨자 될까 겁나“

# 50대인 A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 계획을 세우다 답답함을 느꼈다. 과거 주택 보유 이력과 근무로 인한 해외 거주 기간 등을 고려해도 청약 1순위 자격에 해당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전화를 시도해도 온종일 먹통이었다. 온라인으로 민원을 넣어도 돌아온 답은 애매모호했다. A씨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를 만든 것은 정부인데 결국 부적격 당첨자가 되면 피해는 청약자 혼자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해마다 수차례씩 변경되는 주택청약제도에 예비 청약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약제도를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갈수록 촘촘해진 제도는 일종의 ‘난수표’가 돼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기존 제도에 따라 세운 ‘내 집 마련’ 계획이 한순간 무산되는 모습도 나온다.

31일 법제처에 따르면 청약제도의 기본 틀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지난 1978년 제정 이후 현재까지 총 138번의 개정을 거쳤다. 제정 이후 연평균 3.45회 규정을 뜯어고친 셈이다. 여기에 국토부는 139번째 개정을 앞두고 있다. ‘9·13대책’ 후속 조치로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 등에서 추첨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입법예고에 들어가면서다.

예비 청약자들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1순위인지, 2순위인지 확인하는 것부터 각종 규정을 확인해야 하는데다 부양가족 기준 등에 맞춰 가점 계산을 하는 것 역시 수월하지 않다는 게 많은 청약자들의 생각이다. 특별공급의 경우 기준은 더 까다로우며 여기에 최근 신혼희망타운 등 새로운 주택 유형이 생겨나면서 수요자들의 궁금증은 커가고 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1순위가 맞는지, 특별공급 기준에 해당하는지 등의 질문이 줄을 잇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는 못한다. 국토부는 급기야 청약 Q&A 자료집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120쪽이 넘는다. 그만큼 제도가 복잡하게 설계됐다는 뜻이다.

난수표 된 청약제도…”당첨 후 불법 당첨자 될까 겁나“

사정이 이렇자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파트 부적격 당첨은 13만9,681건에 달한다. 이 중 청약가점과 무주택 여부, 세대주 여부 등을 잘못 기입한 경우가 6만4,651건(46.3%)으로 가장 많았고 재당첨 제한 관련이 5만8,362건(41.8%), 무주택 세대 구성원의 중복청약 및 당첨 등이 5,420건(3.9%)으로 뒤를 이었다. 부적격 당첨으로 판명되면 피해는 청약자 혼자의 몫이 된다. 부적격 당첨자는 당첨 취소 처분뿐만 아니라 최대 1년간 재청약이 금지될 수 있다.

제도 변경이 잦자 예비 청약자들이 세운 계획이 한순간에 쓸모없게 돼버린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최근 정부가 신혼 기간 중 집을 가진 이력이 있다면 신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알리자 여기에서 발생하는 불만은 더 가중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신혼 특별공급 대상을 올해부터 3년에서 7년으로 늘려 이에 따라 기존 집을 처분했는데 뒤늦게 특별공급 대상 자격을 박탈했다는 논란이다. 한 민원인은 국토부 홈페이지에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을 혼인 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고 공급 물량도 늘린다고 해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특별공급 자격을 빼앗겠다니 너무 허탈하다”고 적었다.

국토부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제도 개선을 위해 주택산업연구원에 ‘주택공급의 투명성 및 편의성 제고 등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다만 실제 제도 개선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 기간만 7개월이 소요될 예정인데다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관련 부처 협의 및 입법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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