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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사’ 정필승 "의사 ‘출신’ 아닌 ‘겸직’이 저만의 경쟁력이죠"

<8>정필승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

의사·변호사 겸직하며 전문성 갖춰

재판 당사자로 억울함 느낀 경험에

사법 시스템 이해하고자 법조계로

‘현직 의사’의 특별함으로 사건 해결

의료소송서 일반인-전문가 괴리 커

입력 2023-09-17 17:52

지면 25면
[法生2막]‘변의사’ 정필승 '의사 ‘출신’ 아닌 ‘겸직’이 저만의 경쟁력이죠'
정필승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우성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성

“의사 출신이 아니라, 의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것이 변호사로서 저만의 경쟁력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계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직에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정필승(변시 6회)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11일 오후 서울경제와 만나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변의사(변호사+의사)’다. 2001년부터 의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7년 변호사가 됐다. 하루 중 절반은 의사로, 나머지 절반은 의료행정?의료손해배상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일하는 이른바 ‘투잡러’다. 하나도 어렵다는 일명 ‘사짜’ 자격증을 두 개나 가진 그였지만 “인터뷰 때문에 옷도 차려 입었다”며 웃는 모습에서 겸손함이 뭍어나왔다.

정 변호사가 법조계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03년 재판 당사자로 사법 시스템을 경험하면서다. 정 변호사는 “가까운 친척의 사건에 연루돼 참고인으로서 재판에 출석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내 진술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진술이라는 이유로 배척됐고, 결국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의사로 재직해야만 알 수 있는 요소들을 짚어내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많다. 예컨대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며 외국인등록정보를 기입하지 않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면서, 처방한 의사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사건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의사가 진료실에서 보는 전자차트에는 접수된 환자의 등록정보가 기입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창구에서 접수가 된 외국인이었기에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처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소명했고, 기소유예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의사로서 전자차트의 요소들을 알고 있었기에 해결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法生2막]‘변의사’ 정필승 '의사 ‘출신’ 아닌 ‘겸직’이 저만의 경쟁력이죠'
정필승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우성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건율 기자

의료계와 법조계를 넘나들며 전문성을 떨치고 있는 그이지만 최근 안타까운 사연을 경험하기도 했다. 80대 할머니가 무릎관절 치환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환자에게 투약된 약물들을 검토하던 정 변호사는 치환수술에 쓰이지 않는 항생제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 변호사는 “패혈증이 아닌 항생제의 오용으로 인한 신부전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의 의견서도 제출했지만 판사가 인정하지 않았다”며 “의료인으로서 해당 항생제를 사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지만, 법정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의료소송은 일반인의 인식과 전문가의 관점의 괴리가 큰 분야 중 하나다. 일반인은 치료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사실 의료인이 치료에 최선을 다했을 경우에는 과실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과정 자체가 성공을 100%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문제점을 포착하고 지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증이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정 변호사는 “전문가로서 일반인이 억울해 하는 부분과는 다른 문제점을 포착할 때가 많다”며 “현직 의사로서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는 것에 제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사건을 다루는 주변 변호사들을 자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법조계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정 변호사는 “법조계는 결과만 강조되는 의료계와는 결이 다르다”며 “한 재판이 유사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과정을 중요시하는 업무와 결과를 중요시하는 업무를 동시에 하다 보니 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최고 의료전문 변호사 같은 거창한 미래를 꿈꿀 것 같지만 정 변호사의 꿈은 소박하기만 하다. “거창한 꿈은 없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책들을 다 읽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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