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서 발견된 女등산객 시신...“배고파서 그랬어요”
수정 2026-01-24 17:14
입력 2026-01-24 00:48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택했다.
9년 전 오늘인 2017년 1월 24일.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이른바 ‘수락산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학봉에게 1심과 동일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학봉은 2016년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살인범죄 누범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잔혹하고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살인은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극도의 고통 속에 삶을 마감했고 유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감형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며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김학봉은 같은 해 2017년 4월 28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어요”=사건은 2016년 5월 29일 새벽에 발생했다. 오전 5시 30분께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여성 A씨(당시 64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목에는 흉기로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선명했다.
평소 새벽에 혼자 등산을 하던 A씨는 그날도 오전 5시 무렵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산을 오르기도 전에 집을 나선 지 불과 30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한 등산객에게 발견됐다.
등산로 근처에는 CC(폐쇄회로)TV가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한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왔다. 김학봉이었다. 그는 경찰에 “내가 죽였다”며 범행을 자수했다. 시신 발견 약 13시간 만이었다. 김학봉은 자수한 이유에 대해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서 포기하는 마음이었다”고 진술했다.
◇‘살인’을 목적으로 산에 올랐다=김학봉은 범행 전날부터 수락산에 머물렀다. 목적은 명확했다. ‘살인’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산에 오른 김학봉은 범행 전까지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누군가 산에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불행히도 그 대상이 A씨였다. 범행 후 김학봉은 평소 노숙하던 공원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을 청했다.
김학봉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의 쓰레기 더미에서 혈흔이 묻은 길이 15cm의 흉기를 확보했다. 흉기와 김학봉이 자수 당시 입고 있었던 겉옷에서는 모두 숨진 A씨의 DNA가 검출됐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예리한 흉기에 찔려 좌측 경동맥과 기도, 식도 절단으로 파악됐다.
◇강도살인으로 복역 후 출소 4개월만의 또 다른 살인=김학봉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2001년 경북에서 여성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저질러 대구교도소에서 15년간 복역했고 2016년 1월 출소했다. 이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노숙 생활을 하다가 약 4개월 만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은 강도살인 전과가 있는 김학봉이 이번에도 강도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학봉은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사 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주머니를 뒤졌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실토했다. 돈을 빼앗으려고 A씨의 배와 어깨를 흉기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했지만, A씨가 소리를 지르고 적극적으로 반항하자 살해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8일 김학봉은 검찰 송치 과정에서 “돈 때문에 살인한 게 아니다. 짜증 나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또 “두 명을 더 죽이려고 했다”는 진술도 했다가 이후 “홧김에 했던 말”이라며 번복하기도 했다.
김학봉은 1997년 6월부터 3개월간 대구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알코올중독으로 다섯 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당시 변호인 측은 “범행 당시 김학봉이 조현병이었고, 10일 이상 굶어 판단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신감정 결과 범행과 조현병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다. 수사기관은 김학봉이 15년간 수감 생활로 가족과 친구가 거의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출소 후에도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자 묻지마 살인 뒤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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