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이유
■정우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
자살 원인 방관한 사회…세계 1위 오명
라운드테이블 통해 예방시스템 모색
사회 구성원 살피는 생명 지킴이 앞장
수정 2026-02-01 17:28
입력 2026-01-28 05:00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저마다의 희망을 설계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여전히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자살률 1위’라는 뼈아픈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고등이자 우리가 마주한 가장 부끄러운 성적표다.
이제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선택으로 치부하던 방관자적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자살은 고립과 단절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결핍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따라서 그 해결책 또한 강력한 ‘사회적 연대’와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 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단순한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넘어 생명 존중을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문화적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고귀한 투자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가장 단단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1년부터 한강 교량 위에서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하며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자처해왔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축적된 1만여 통의 상담 데이터는 우리에게 지극히 명확하고도 묵직한 교훈을 준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죽음을 향한 확신이 아니라 사실은 “제발 내 손을 잡아달라”는, “살고 싶다”는 간절한 삶의 신호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절망의 끝에서 구조된 이들이 공통으로 남긴 말은 역설적이게도 “살려주셔서 고맙다”는 진심 어린 감사였다. 이는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계기였음을 증명한다. 1만여 건의 상담과 투신 직전 구조한 2,400여 건의 구조 사례는 우리 사회가 촘촘한 물리적·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했을 때 얼마나 많은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민간의 헌신과 현장 대응만으로는 거대한 사회적 난제를 온전히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파편화된 자원과 정책을 결합해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차원의 민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8일 ‘자살 예방 라운드 테이블’을 발족했으며 분기별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의료·심리·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여러 제언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다양한 기관들이 참고해 실효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생명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살 예방은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골든타임’과의 싸움이다. 2026년을 대한민국 생명 존중 사회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곁을 살피는 ‘생명지킴이’가 돼야 한다. 생명이 최우선 가치가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당당히 물려줄 가장 고귀한 유산임을 확신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로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여정의 가장 앞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소임을 끝까지 다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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