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전기료·노란봉투법에 매력 떨어져…유턴기업 제도 메스 든다
■국내 돌아온 기업 30% 급감
산업용 전기료 3년새 7차례 인상
다른 종별 대비 인상률 2배 달해
강화되는 노동 정책도 복귀 발목
정부 유턴기업 지원 시스템 개편
해외사업장 청산 기준 완화할 듯
수정 2026-01-27 21:38
입력 2026-01-27 17:58
지난해 해외에 세워진 신규 법인이 3000개를 넘기는 동안 국내로 돌아온 기업이 14곳에 그쳤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경영 환경이 기업들에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주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종 규제 비용이 국내 기업의 유턴을 막은 진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장 기업들의 운영비 부담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2022년부터 7차례에 걸쳐 급격히 인상됐다. 이 기간 인상 규모는 ㎾h(킬로와트시)당 약 73원으로 같은 기간 약 40원 오른 다른 종별 전기요금 대비 인상률이 2배에 달했다. 게다가 정부는 여론과 물가를 우려해 2023년 11월과 이듬해 10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9% 오르며 전년(1.9%) 대비 인상 폭을 키웠다.
강화되고 있는 노동정책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꺼리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올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는 최근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일단 근로자로 간주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법정 정년 연장을 65세로 연장하기 위한 논의는 6개월 유예됐지만 이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도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공급망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알타 리소스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장 이전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질 좋은 알짜 유턴기업을 찾기 어려워진 형편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1~2025년 5년간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은 6곳에 그쳤다. 이 기간 전체 유턴기업(104개)의 6%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중견기업 수도 전체의 36%인 37곳에 그쳤고 중소기업이 61개(59%)로 과반을 차지했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협력 업체들이 동반 진출을 모색하는 것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와야 협력 기업들의 동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국내에서는 이 같은 모양새를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 제조업 생태계가 살아나려면 대형 ‘앵커기업’이 납품 기업들을 함께 이끌고 들어와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 3~4곳이 돌아와봐야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아 결국 버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유턴기업 선정 및 지원 제도를 재검토하고 상반기 중 시스템 전면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급망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고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알짜 기업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유턴기업의 양적·질적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유턴기업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미국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돌아올 경우 지원해주는 기준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 외 정부는 유턴기업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각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한 후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의 국내 복귀는 어려워진 사업장을 청산하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의 유턴이 경제안보 강화로 연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공급망 전쟁에 나선 만큼 해외 사업장을 거점으로 두더라도 중요 사업장은 국내로 돌아오게끔 유도하는 식의 정책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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