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밀리오피스 최대 리스크는 늦은 승계 준비…자산보다 시간이 중요”
■황성준 알더인베 부회장·토머스 앙 LGA 파트너
상속 임박해서야 뒤늦게 고민
가족·소유·비즈니스 구분 미흡시
상속 소송·경영권 분쟁 불씨로
거버넌스 설계·차세대 교육 중요
수정 2026-01-28 18:10
입력 2026-01-28 14:52
“승계를 상속 시점의 문제로만 보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자문사인 LGA(Lansberg Gersick Advisors)와 글로벌 멀티 패밀리오피스 알더인베스트먼트는 한국 초고액자산가 가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승계 리스크를 이렇게 진단했다. LGA는 전세계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거버넌스와 오너십 구조, 차세대 교육을 자문해 온 글로벌 컨설팅 회사다. 알더인베스트먼트는 자산 관리를 중점적으로 맡아온 글로벌 멀티 패밀리오피스로 두 기관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시장에서 패밀리오피스 자산 관리 분야 협업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황성준 알더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은 한국 패밀리오피스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으로 ‘시간’을 꼽았다. 그는 “한국 가문들은 상속세나 지분 이전 문제가 눈앞에 닥친 뒤에야 승계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자산 구조조정과 거버넌스 설계, 차세대 준비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승계를 하나의 이벤트로 접근하면 갈등은 뒤로 미뤄질 뿐 결국 더 크게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토머스 앙 LGA 파트너는 한국 가문들이 승계를 자산 이전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그는 “가족과 오너십·비즈니스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같은 논리로 관리할 수는 없다”며 “이 세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면 상속 이후 갈등이 가족 간 다툼을 넘어 경영권까지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해법은 이른바 ‘3-서클 모델’이다. 앙 파트너는 “장기간 존속한 해외 가문들을 보면 가족과 소유·비즈니스를 각각 다른 규칙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제도화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가 가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속 소송과 경영권 분쟁 역시 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부회장은 한국 패밀리오피스가 맡는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산 운용과 세무 관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분 구조와 거버넌스, 차세대 교육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장수한 해외 가문들은 사업 전략과 같은 수준의 엄격함을 자산 관리와 가문 운영에도 적용한다는 얘기다.
차세대 준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앙 파트너는 “승계의 본질은 자산을 넘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산을 책임질 사람을 준비시키는 데 있다”고 했다. 교육과 경험, 역할 정의 없이 소유권만 이전되면 재산은 남아도 가문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한국 가문이 처한 제약 역시 승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황 부회장은 “높은 상속세 부담과 복잡한 지분 구조, 해외에 분산된 가족 구성원은 승계의 난도를 더욱 높인다”고 짚었다. 자산 관리와 거버넌스·교육 등 세 요소가 동시에 설계돼야 승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한국 패밀리오피스들이 이제 성장의 연장선이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가문을 바라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봤다. 앙 파트너는 “얼마나 크게 키웠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지가 가문의 성패를 가른다”고 밝혔다. 황 부회장도 “승계를 늦게 고민할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비용은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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