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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대대행체제’, 우려스럽다

강동효 여론독자부장

코레일·LH 등 직무대행까지 잇단 사퇴

‘수장 공백’에 사업 힘 안실리고 뒷말만

기관장 조속 임명, 정책 집행속도 높여야

수정 2026-01-29 18:26

입력 2026-01-29 14:54

지면 34면
강동효
강동효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사장 공석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한 달 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취임이 이뤄졌다. 정상적이라면 당시 공석으로 방치되거나 사장 대행 체제였던 주요 공기업은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 산하 주요 기관 중 현재까지 기관장 임명이 이뤄진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 곳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코레일, 에스알(SR) 등 주요 공기업의 사장직은 여전히 비어 있다.

새 사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직무대행이 사퇴해 소위 ‘대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공기업도 여러 곳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8월 코레일 출신인 한문희 전 사장이 경북 청도 무궁화호 열차 사고와 관련해 자진 사퇴하면서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한 전 사장 사퇴 후 반 년도 안 돼 정정래 사장 직무대행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코레일이 납기 기한을 제대로 못 지킨 업체에 116칸의 열차를 추가 계약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진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LH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H는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한 이한준 사장이 사퇴한 뒤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이상욱 부사장도 이달 초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LH 후임 사장 인선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최종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지만 이들 모두 LH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재공모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핵심 산하 기관이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각종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LH는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의 실행 기관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첨병 역할을 떠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주도할 수장이 공백 상황이라 정책에 힘이 실리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역시 SR과의 통합은 물론 5차 국가철도망 구축 등 대규모 국가적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과업을 안고 있다. 또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기 위한 내부 점검 체계 개선도 필요한 실정이다. 코레일은 올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8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는데 기관장 없이 면밀한 인력 관리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대행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기관장을 새로 구하지 못한 공기업도 여러 곳이다. 한국부동산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한 손태락 원장이 윤석열 정부에 이어 현재까지 원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월에 취임한 후 3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근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공항 안전을 강화해야 할 책무를 맡은 한국공항공사 역시 박재희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신규 사장 채용을 위한 절차조차 기약 없는 상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주요 부처의 고위직과 공공기관 인사가 계속 지연된다는 뒷말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연계된 공직자의 승진을 막기 위해 공기업 사장에 대한 신규 인사가 늦어진다”는 말이 들린다. 이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공개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장은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공기업 인사에 개입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통령실의 뜻이라며 신임 기관장이 올 때까지 인사를 시행하지 말라는 국토부의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주요 공기업 수장의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만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사장이 없으니 본부장급 인사를 못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퇴직을 앞둔 분들이 주요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면밀하게 관리가 안 되고 혹시나 사고라도 발생할까 봐 걱정스러워 한다”는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결같이 적극적인 행정과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대통령 핵심 공약과 민생 정책을 면밀하게 이행하려면 실행 기관들의 기관장 임명부터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때 아닌가. 비정상적인 대대행 체제를 하루빨리 해소해 정책 집행에 속도가 붙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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