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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값 한 달 새 65% 급등…누가 얼마나 수혜받을까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38>

범용 낸드 1월 65% 상승 ‘기현상’

엔비디아 ‘ICMS’ 전략에 eSSD 품귀

‘창고’에서 ‘두뇌’로…낸드의 재평가

수정 2026-01-30 19:32

입력 2026-01-31 07:30

삼성전자의 V9 낸드.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V9 낸드. 사진제공=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321단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321단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낸드가 이제는 AI 연산의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두고 공통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새해 벽두부터 세계 낸드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1월 들어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이 한 달 만에 65%나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진화함에 따라 연산 속도만큼이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억하고 꺼내 쓰는 능력이 중요해진 탓이다. ‘연산’에서 ‘저장’으로 AI 경쟁의 축이 이동하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한 낸드 시장이 제2의 전성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추이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추이

3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월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인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46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64.83% 치솟은 수치다. 특정 제품만의 현상이 아니다. 32Gb MLC 제품은 5.57달러로 52.19% 올랐고 64Gb 제품 역시 7.02달러를 기록하며 53.01% 상승했다. 주요 낸드 라인업이 일제히 50%가 넘는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인 것은 과거 닷컴 버블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닌 수요의 질적 변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낸드 시장은 공급 과잉에 시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 노력으로 가격 방어에 나섰던 것이 사실이다. 1월의 폭등세는 감산 효과를 넘어선 강력한 수요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가속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억해야 행동한다’…에이전틱 AI가 부른 나비효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과 데이터처리장치(DPU) ‘블루필드4’ 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과 데이터처리장치(DPU) ‘블루필드4’ 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기존 AI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는 수동적 존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실시간으로 맥락을 파악하고 스스로 행동한다.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방대한 과거의 맥락을 끊김 없이 꺼내오느냐’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CES 2026’에서 공개한 ‘추론 맥락 메모리 스토리지(ICMS)’ 전략은 낸드 시장에 불을 붙였다. ICMS는 AI 가속기(GPU) 외부에 낸드플래시 기반의 거대한 저장소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AI가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때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려면 지난 대화의 모든 데이터를 벡터(Vector) 형태로 저장해두어야 한다. 이를 ‘KV 캐시(Key-Value Cache)’라고 부르는데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이 캐시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칩 내부의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램만으로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HBM은 속도가 빠르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고 물리적 확장에 한계가 뚜렷하다. 엔비디아가 칩 외부의 낸드플래시로 눈을 돌려 ‘데이터 댐’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구석에서 잘 쓰지 않는 차가운 데이터(Cold Data)를 보관하던 낸드가 이제는 연산에 직접 관여하는 따뜻한 데이터(Warm Data) 저장소로 신분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삼성·SK 점유율 50% 장악…eSSD 기술력이 승부처

2025년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
2025년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

이런 시장 변화는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막대한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 상위 5개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6.5% 증가한 약 171억 달러(약 24조 원)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고용량 eSSD 주문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낸드 매출 60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를 달성하며 시장 점유율 32.3%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중국 현지 브랜드인 YMTC 등이 저가 공세로 모바일 낸드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고용량 eSSD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SSD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들이 전력 효율을 위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낸드 기반의 SSD로 교체하는 움직임도 삼성전자에 호재다.

SK하이닉스 역시 자회사 솔리다임을 앞세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점유율 19.0%로 2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35억 2560만 달러(약 4조 90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5.7% 증가했다. 특히 솔리다임이 보유한 쿼드레벨셀(QLC) 기반 고용량 eSSD 기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QLC는 하나의 셀(Cell)에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대용량 스토리지 구축에 필수적이다.

AI 전용 스토리지 경쟁…2027년 1100조 시장 정조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시장에서는 이번 낸드 가격 폭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스토리지 수요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ICMS 플랫폼은 랙(Rack) 하나당 9.6페타바이트(PB)에 육박하는 저장 용량을 갖춘다. 1PB가 약 100만 기가바이트(GB)이니 최신 스마트폰 3만 대 분량의 데이터를 서버 한 대에 집약시키는 셈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용량 낸드가 필수적이다.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128테라바이트(TB) 이상의 초대용량 SSD 라인업을 강화하며 엔비디아의 ‘스토리지 넥스트’ 전략에 대응하고 있다. 9세대 V낸드 기반의 QLC 제품을 앞세워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가 중앙처리장치(CPU)를 거치지 않고 SSD에 직접 연결되는 ‘AI-N P(Near Processing)’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천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최근 “올해 말 PCIe 6세대 기반으로 현존 최고 성능 SSD보다 10배 빠른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낸드 시장은 바야흐로 ‘초강세장(하이퍼불)’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트렌드포스는 AI의 구조적 변화에 힘입어 전 세계 낸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697억 달러(약 100조 6000억 원)에서 올해 1473억 달러(약 212조 5000억 원)로 2배 이상의 큰 폭 성장을 예견했다. 2027년(1757억 달러·약 253조 5000억 원)에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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