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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는 굴복시킬 대상이 아니다

성행경 건설부동산부장

李, SNS서 ‘집값 안정’ 강조했지만

호통치고 ‘세금 카드’론 해결 한계

재건축 규제 풀고 거래세 인하도 필요

다주택자 죄악시 말고 소통 나서야

수정 2026-02-01 22:15

입력 2026-02-01 13:30

지면 30면
성행경 건설부동산부장
성행경 건설부동산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투기는 실패할 것 같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요”라고 묻고는 “표 계산 없이 국민만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상화는 오천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도 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의 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동산 정상화가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이나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그렇게 쉬운 부동산 정상화를 왜 아직까지 하지 못하고 있는지, 국민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라는 논평을 내자 이 대통령은 다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쉽다’는 표현의 의미를 설명했다. ‘계곡 정비나 코스피 5000 달성이 세인들의 놀림거리가 될 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냈으므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 그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향해 “올해 5월 9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는 기회를 활용해서 감세 혜택을 누리며 이번 기회에 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는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하지 않고 공급을 늘려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부동산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된 자산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론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띠면서 ‘머니 무브’를 위한 조건이 마련됐지만 오랜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들썩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두 번의 금융 대책과 두 차례의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름세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도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앙등하는 집값을 잡아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룬다면 이재명 정부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최선책은 공급 확대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 가구를 착공하고 2030년까지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1·29 대책을 통해 도심 공공 부지와 유휴 부지에 6만 가구를 짓겠다고 구체화했으나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당장의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심지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다주택자들이 갖고 있는 재고·임대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와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됐다. 똘똘한 한 채 현상도 다주택자에게 각종 페널티가 주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 정책 실패도 한몫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중단하겠다고 윽박지르지만 말고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집을 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거래세 인하와 같은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 특히 진보 정권들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하더라도 부작용과 역효과를 최소화하도록 정교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이 대통령은 계곡의 불법 시설을 철거하고 주민들에게 돌려줄 때도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설득했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다. 하물며 집값 안정이라는 ‘고난도’ 과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한 토론과 숙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설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고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시장을 꼭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협조해달라는 의미에서 한 말로 이해한다. 이 대통령이 200만여 명의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며 적대시하거나 호통치면서 굴복시킬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집값 안정과 세제 합리화를 위해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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