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기본법 개정,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의 대전환
정희권(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입력 2026-02-01 13:40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더욱 신속하고 적시성 있는 국가 R&D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지난 1월 29일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제도가 18년만에 폐지되면서 연구현장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R&D 예타는 대규모 사업의 사전 타당성 검증 제도로서 국가의 재정투자 효율화에 기여해 왔으나 예타 조사 소요기간 장기화와 연구현장의 행정 소요 등으로 인해 적시성·신속성 있는 R&D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R&D 예타 제도의 폐지는 우리 연구현장이 ‘규제와 검증’의 시대를 지나 ‘자율과 책임’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제 연구기관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 즉시 예산 심의를 거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 R&D 예타는 통과만 평균 2년 이상 소요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전략기술 등의 확보가 해외 기술 선진국 대비 예타 소요기간 만큼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R&D 예타 폐지는 속도감 있는 기획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국가 간 경쟁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연구 현장에서 성공할 연구가 아닌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타당성을 중시했던 기존 예타 체제에서 연구기관들은 자연스럽게 실패 확률이 낮은 점진적 연구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으나 예타 폐지로 인해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기술이나 미래 지향적인 도전 과제들이 경제성이라는 잣대에 가로막히지 않고 추진될 수 있다. 또한 연구자들이 예타 통과를 위해 연구 기획에 쏟았던 행정적 피로도 역시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통과’를 목표로 하는 기획이 아니라 ‘혁신과 성과’를 목표로 하는 연구 기획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연, 대학, 기업 등 혁신자원이 집적되어 기술사업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개발특구는 R&D 예타 폐지 이후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5대 강국 실현을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지역 자율 R&D 체계에 신속성과 혁신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에서 설계하고 지역에서 수용하는 예타 구조가 폐지되면 지역과 특구는 산업, 기술,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R&D를 먼저 기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지역의 중점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한 우수한 공공연구 성과를 연구개발특구의 연구소기업, 특구펀드, 규제샌드박스 등 고유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술사업화의 핵심 단계로 부각되고 있는 실증 지원을 위해 특구 특화분야, 지역 전략산업 등과 연계한 인프라, 장비 구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로 지역 수요에 기반한 실증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전국 6개 광역특구(대덕, 광주, 대구, 부산, 전북, 강원)의 연구기관, 전문인력 등 혁신자원과 연계한다면 공공연구 성과의 실증과 기술사업화 성과가 더욱 확산될 것이다.
R&D 예타 폐지를 통해 과학기술계는 AI, 양자 등 딥테크·국가전략기술의 신속한 R&D 투자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연구개발특구의 잠재력을 갖춘 우수한 연구기관들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역동적으로 반응해 국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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