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매와 말똥가리의 치열한 ‘먹이 쟁탈전’…울산 들녘의 진풍경 포착
울주 온양들녘서 맹금류 참매·말똥가리 먹이다툼 포착
건강한 먹이사슬 작동 보여주는 사례
입력 2026-02-02 09:10
지난 1월 16일 오전, 울산 울주군 온양읍 동상리의 평화로운 들녘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울산의 하늘을 지배하는 두 맹금류, 참매와 말똥가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윤기득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된 순간은 극적이었다. 뛰어난 사냥꾼인 참매가 오리를 사냥해 식사를 시작하려던 찰나, 말똥가리가 날아들어 먹이를 낚아챘다. 힘과 힘의 대결이 예상됐으나,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참매가 한발 물러서 묵묵히 기다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말똥가리가 배를 채우고 떠난 뒤에야 참매는 남은 식사를 마쳤다.
이에 대해 조류 전문가인 조삼래 공주대 명예교수는 “말똥가리는 들쥐 등 소형 포유류를 먹이로 하며 오리류를 직접 사냥하기 어렵다”라며 “이번 사례는 참매가 일정 부분 먹이를 먹고 난 뒤 다툼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참매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린 것은 먹이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자연생태계에서 먹이를 둘러싼 경쟁과 쟁탈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라며 “보다 절실한 개체가 먹이를 차지하는 것은 야생의 본질적 생태 과정으로 이런 장면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울산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에 관찰된 참매와 말똥가리는 수리목 수리과다. 참매(Northern Goshawk)는 작은 조류와 포유류를 사냥하는 국내에서 드물게 번식하는 텃새이자 겨울철새다. 또한 날카로운 흰눈썹선이 긴 것이 특징이고 청회색 몸빛을 가진 맹금류다. 말똥가리(Eastern Buzzard)는 겨울철 농경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맹금류로 쥐 등 작은 동물을 사냥한다.
이날 맹금류들이 포착된 관찰지는 여름철 호사도요, 메추라기도요, 붉은갯도요와 겨울철 흑두루미, 큰기러기, 고니 등 사계절 다양한 철새들이 찾는 생태적 요충지로 알려진 곳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온양 동상리 들녘은 사계절 철새들이 찾아오는 생태적으로 우수한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라며 “이번 관찰은 울산 자연환경이 안정적이고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민생물학자, 새통신원 등과 협업해 관찰 기록하고 이를 철새여행버스 등 탐조생태관광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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