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러시아 간첩설까지…‘멜라니아’ 감독·노르웨이 왕세자비도 연루
입력 2026-02-02 10:12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수사 관련 파일을 대거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엡스타인이 러시아 간첩이었다는 주장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감독, 노르웨이 왕세자비가 연루된 정황까지 포착됐다.
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엡스타인이 러시아 당국에 포섭된 고정간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엡스타인이 2010년에 앤드루 당시 영국 왕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미모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과 재산과 권력이 있는 남성들의 성관계를 주선했다고 지적했다.
문서에는 엡스타인이 러시아 비자 취득을 도와주거나, 러시아 여성들을 모스크바에서 파리나 뉴욕으로 보낸 항공권 예매 기록이 담겨 있다. 이는 유명 인사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콤프로마트’ 작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10년 엡스타인이 당시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이자 연방보안국(FSB) 출신 세르게이 벨랴코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모스크바 출신 러시아 여성이 뉴욕 사업가들의 약점을 협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3년 이메일에는 빌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과의 성관계로 성병에 걸려 치료받으려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게이츠 측은 이를 “터무니없고 완전한 거짓”이라 부인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파일에는 문서 300만 건, 사진 18만 건, 영상 2000건이 포함돼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름이 1056건, 모스크바 언급이 9000여 건 포함됐다.
2010년에 엡스타인은 부하직원에게 러시아 비자를 받도록 도와주겠다며 “나한테 푸틴 친구가 있는데 얘기할까?”라고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문서 내용을 보면 엡스타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것으로 보이며 아동 성매매로 유죄판결을 받은 2008년 후에도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인 영국 미디어 사업가 로버트 맥스웰을 거쳐 옛 소련 정보당국에 포섭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맥스웰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위해 오래 간첩 활동을 했으며, 모사드에 사업자금을 요구하면서 만약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해 온 간첩 활동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가 1991년에 요트에서 추락해 숨진 것도 사고사가 아니라 모사드의 공작에 따른 것이라는 설도 있다. 맥스웰의 딸인 길레인-맥스웰은 한동안 엡스타인의 연인이었으며 그 후에도 성매매 공범 노릇을 했다.
파일 공개 이후 여러 유명 인사들의 엡스타인 연루설이 이어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브렛 래트너는 엡스타인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됐다. 래트너는 미투 운동으로 영화계에서 퇴출됐다가 이번 멜라니아 영화로 복귀한 인물이다.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도 엡스타인 문건에 최소 1000번 이상 등장했다. 2011∼2014년 오간 메시지에서 메테마리트는 엡스타인을 “매우 매력적”이라 평하고 파리 방문 시 “불륜하기에 좋다”며 스칸디나비아 여성이 “신붓감으로 더 낫다”고 답했다. 왕실에 따르면 메테마리트는 2014년 엡스타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한다고 느껴 연락을 끊었다고 밝혔다.
앞서 앤드루 전 왕자, 빌 게이츠 등도 엡스타인과의 친분 사실이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련 취재원은 이들이 “세계 최대의 허니 트랩”에 걸려들었다고 주장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파일 공개는 그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정보기관 연루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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