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와 설탕 부담금
수정 2026-02-02 22:22
입력 2026-02-02 18:59
서정명
논설위원
문헌 기록에 설탕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약 2300년 전인 기원전 327년이다. BC 4세기 그리스와 페르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땅까지 정복에 나섰는데 이때 알렉산더 군대가 사탕수수를 발견한 것이 설탕의 기원이 됐다. 당시 사람들은 사탕수수를 ‘꿀을 만드는 갈대’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 설탕이 들어온 것은 고려 명종 때 중국 송나라를 통해서다. 고가 수입품인 설탕은 약재로 제한적으로 사용됐고 상류층이 기호품으로 애용했다.
서구 국가들은 설탕에 높은 세금을 매겨 부족한 나라 곳간을 메우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꽤 많다. 영국은 1764년 ‘설탕법’을 제정해 서인도산 설탕과 당밀에 세금을 부과했다. 1914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청량음료 특별세를 제안했다. 1922년 노르웨이 정부가 ‘초콜릿 및 설탕 제품세’를 시행하고 점차 세율을 높여나가자 이에 반발한 국민들이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설탕 쇼핑’을 떠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이탈리아·멕시코 등 120여 개 국가가 설탕세를 채택하고 있다.
설탕세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은 2018년 설탕 부담금을 시행한 후 과세 대상 음료의 설탕 함유량이 47%나 줄었고 유럽 기업들도 세금 부담 탓에 제품의 당 함유량을 낮추는 추세다. 반면 설탕세는 소득과 무관하게 제품 가격에 덧붙는 간접세여서 저소득층에는 크게 부담이 된다. 역진성에 따른 조세저항도 일어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 공론화에 나섰다. 설탕 제품에 건강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 재원을 질병 예방과 치료에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7월 설탕 함유 음료 가격을 2035년까지 최소 50% 인상하자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설탕세든 설탕 부담금이든 용어는 다르지만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는 없다. 대통령 의중이 담겼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보다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국민의 뜻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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