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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쏘아올린 ‘전속고발권 폐지’…“자칫 기업 경영, 잠재 적 범죄로 간주”

李 “일정 숫자 이상 국민에 고발권 주든지 풀어야”

공정거래법상 공정위 고발 있어야 공소 제기 가능

45년 만 체제 변화에 법조·산업계 기대보다 우려

시민단체물론 기관 ‘기계적 고발’까지 남발가능성

1차 공정위 조사 없이 수사…전문성 확보도 과제

고발 前 경제정책·시장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무조건 형사적 접근으로…위법성여부 판단은 잘못

입력 2026-02-04 08:00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개선을 지시했으나,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 법 개정은 물론 수사 전문성 확보까지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담합은 물론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상호 출자의 금지 등 분야에서 위법 사항을 조사해 왔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등 일반인에게까지 고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자칫 기업 경영 자체를 잠재적 위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정치·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왜 공정거래 사건은 누군가가 꼭 고발해야 하고, 고발 안 하면 수사도, 기소도, 처벌도 못하고 이상하지 않냐”며 “(공정위)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든지,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을 주든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검찰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업체 10곳 관게자 32명을 기소한 데 대해 “밀가루, 설탕 이건 런 (고발 남발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관계 없고, 일반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며 “소비자가 (가격 담합으로) 비싼 빵을 먹을 것인데, 소비자가 고발을 못한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각종 불공정 거래에 따른 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고발 주체는 검찰총장이다. 반대로 검찰총장도 공정거래법 위반과 같은 고발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위에 통보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가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시에도 감사원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 효과, 국가 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정도 등을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때도 공정위는 검찰총장에 고발해야 한다.

1981년 4월 1일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45년 만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속고발권 폐지 등 개선을 지시한 셈이지만, 법조·산업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검찰청 폐지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가 맞물리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여당은 현재 수사·기소를 각각 맡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립을 추진 중이다. 향후 수사 범위 등이 결정되는 데 따라 고발 통로가 기존 검찰청에서 중수청·경찰청으로 이원화될 수 있다. 게다가 고발 주체가 공정위에서 시민단체 등으로 대폭 확대될 시에는 양쪽 창구를 통한 남발 등 혼란도 예상된다. 또 1차적인 공정위 조사 없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 전문성이 있을지’도 걱정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 전직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 이후 고발 창구도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경찰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직접 수사를 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사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는) 임의 조사를 하면서 각종 법률과 정책, 시장 여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고발 여부를 결정하지만, 기존 기관들은 의무적으로 이를(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하는 등 기계적인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라며 “기업 경영 행위를 단편적인 시각에서 보고 고발을 한다면 공정거래법의 취지만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 분야가 국가 경제·산업·경쟁 정책은 물론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검토해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자칫 이 부분이 간과될 경우 ‘시민단체·기관의 고발 남용→수사→기업 경영 혼란’이라는 악순환만 거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도 “경쟁당국인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정거래 수사를 맡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수사) 전문성을 쌓는데 수십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공정거래 분야는 전문성이 없이 일반 형사 사건처럼 마구잡이로 (수사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자칫 기업 경영 전반을 잠재적 범죄로 여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임의 조사했던 분야가 단순 카르텔을 넘어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지주회사 등의 행위 제한 △상호 출자의 금지 △부당한 공동 행위의 금지 △불공정 행위의 금지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보복 조치의 금지 등까지 다양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기업 결합이나 대기업의 정책, 구조조정 등이 반드시 범죄 행위는 아니다”며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 시장 영향성 등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지, 이들(경영 판단) 모두를 형사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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