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사형인데...“당 간부들도 ‘한드’ 대놓고 본다”
입력 2026-02-04 16:04
“노동자들이 공개적으로 시청합니다. 노동당 간부도 당당하게 보고요. 보위부 요원들은 몰래 보고, 경찰들은 안심하고 봅니다.”
북한 내 한국 콘텐츠 소비에 대한 탈북주민 김가영씨(이하 가명·2020년 탈북)의 증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9년~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1명을 심층 인터뷰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주로 중국에서 USB에 담겨 밀수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했다. 탈북 당시 15~25세였던 응답자들은 주로 노트북PC와 텔레비전을 결합한 전자제품인 ‘노트텔’로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했다. 김가영씨는 “감시 당국 구성원까지 포함한 모두가 한국 콘텐츠를 본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 소비는 물론 중죄로 간주된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르면 적발시 장기간 노동교화형을 받을 수 있고, 유포자에 대해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공개처형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2019년 탈북한 김은주(가명)씨는 “중학교 때부터 공개처형을 봤다”며 “한국 미디어를 보거나 유포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줄이나 뇌물로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증언이다. 2019년 탈북한 김준식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세 차례 적발됐지만 가족의 연줄 덕분에 처벌을 피했다. 그는 “집에 돈이 있으면 경고로 끝난다”고 말했다. 일부 응답자는 5000~1만 달러(약 720만~1450만 원)의 뇌물을 주고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부분의 북한 가정에서 수년 치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콘텐츠 단속을 위해 영장 없이 주민의 가택을 수색하는 국가보위성 산하 조직 ‘109상무’ 요원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뇌물을 요구한다는 증언도 적지 않았다.
앰네스티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해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을 범죄화하는 모든 법을 즉각 폐지하고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공개 처형을 보여주는 행위도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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