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전매 묶인 다주택자 “팔고 싶어도 못 팔아”
■ 정부 규제에 진퇴양난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다가오는데
일부 분양받은 아파트 전매제한
5월9일 이후 풀려 매매계약 불가
토허구역 완화 등 퇴로 열어줘야
수정 2026-02-05 13:58
입력 2026-02-04 17:43
직장인 A 씨는 부인과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의 소형 아파트 외에도 올 하반기에 입주 예정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분양권을 갖고 있는 2주택자다. 정부에서 예고한 대로 5월 9일로 종료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혜택을 보려면 둘 중 한 채를 팔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에이치 방배는 현재 전매제한(3년)에 묶여 팔 수 없다. 당첨자 발표일(2024년 9월 4일)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 팔 수 있지만 입주 시점이 9월이다. 정부가 5월 9일까지 계약을 완료하고 3~6개월 내 잔금을 치르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할 방침이지만 A 씨처럼 분양권 전매제한이 걸린 경우 대상에 포함되기 힘든 처지다.
물론 방법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간단하지만 당장 새 집 입주까지 단기 임대로 거주할 집을 구하는 불편함은 뒤따른다.
정부가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기로 한 가운데 분양받은 아파트가 전매제한에 걸려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2주택 이상 소유자들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5월 9일 이후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서울 지역 주요 아파트는 8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투기 억제를 위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은 3년, 기타 지역은 1년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데, 5월 9일 이전에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지 않는 분양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매매계약이 불가능해 양도세를 더 물어야 하는 처지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칠 경우 전매가 가능해 기간을 몇 개월 더 앞당길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고, 분양권을 남겨놓고 살고 있는 집을 팔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전 정부 때 유주택자도 청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가 정부가 바뀌면서 정책이 180도 뒤집어지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초 1주택 청약 당첨자가 기존주택을 의무적으로 처분해야 하는 요건을 폐지하고 무순위 청약 무주택 요건도 풀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분양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는데 지난해 6·27 대책에서 모두 되돌려졌다.
시장에서는 전매제한이 해제될 경우 매매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만큼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전매제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 전매제한이 해제된 서울원아이파크는 같은 해 12월 13건, 올해 1월 28건이 매매되는 등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
2023년 수도권 최대 10년, 지방 최대 4년인 전매제한이 각각 최대 3년과 1년으로 줄어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지는 기폭제가 된 만큼 전매제한을 다소 완화하면 당장 몇 년을 기다리는 정부의 공급 대책보다 효과가 클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비하지 않은 책임을 다주택자들에게만 돌리고 있지만 퇴로를 열어주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에선 전매제한때문에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일시적 2주택을 인정받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처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 외에 분양권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1주택+1분양권’을 소유하는 경우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소득세령 제156조의3’에 적용을 받아 종전주택을 ‘분양권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또는 ‘분양권에 따라 취득하는 주택이 완성된 후 3년 이내에’ 양도하면 1세대 1주택으로 보아 중과가 되지 않는다.
즉, 새롭게 분양받은 주택으로 이사간 뒤 현재 살고있는 주택을 매도하면 1주택 특례 적용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를 통한 과도한 차익 실현을 막기 위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매제한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를 막는 걸림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출회돼 집값이 하락하고 무주택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려면 보다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 시점이 3개월가량 남은 만큼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세부 방안을 서둘러 내놓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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