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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와 싱크탱크의 힘

입력 2026-02-04 18:36

지면 31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 홍릉청사 개관식을 축하하며 남긴 친필 휘호. 현재 세종시 KDI 세종청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다. 서울경제DB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 홍릉청사 개관식을 축하하며 남긴 친필 휘호. 현재 세종시 KDI 세종청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다. 서울경제DB

“우리도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살림을 설계해야 되지 않겠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선진국의 자문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경제정책을 스스로 연구할 전문가 집단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KDI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직접 설립을 지시하고 사재 100만 원을 털어 설립 자금에 보탰는가 하면 KDI 서울 홍릉청사 건설 당시 두 차례나 현장을 방문할 만큼 관심을 보였다. KDI 세종청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라는 친필 휘호도 홍릉청사 개막식에서 남긴 글이다.

한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KDI가 1971년 설립 이후 올해로 55주년을 맞는다. KDI는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 경제의 굵직굵직한 변곡점마다 KDI가 정책 연구의 중심에 있었다. 연구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던 1970~1980년대에는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최고의 직장으로 불렸다. 1990년대 이후에는 KDI 출신 인사들이 정관계에서 맹활약하며 KDI 인맥의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연구원으로서 외풍을 탄 것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조동철 KDI 17대 원장이 3일 퇴임사에서 “특정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재임 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비판하고 저성장 탈피를 위해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가 어젠다를 선도해야 할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차기 KDI 원장에는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KDI가 2021년 개원 50주년을 맞아 세운 표지석에는 ‘미래를 여는 연구, 세계를 이끄는 싱크탱크’라는 글귀가 담겼다. KDI가 정치라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국책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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