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차표 예매에 ‘보급용 매크로’ 기승…새치기 링크도 판친다
■매년 진화하는 편법 티케팅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 매크로 판매
‘대기 없는 링크’까지 온라인서 공유
암표 근절법 시행에도 꼼수 만연해
“판매 통로 플랫폼 적극 제재해야”
수정 2026-02-05 01:55
입력 2026-02-04 18:43
설 연휴를 앞두고 매크로를 이용한 기차표 편법 예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보급용 매크로’와 이른바 ‘새치기 링크’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표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매크로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확산되면서 티케팅 꼼수가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X(옛 트위터)를 비롯해 창작 콘텐츠 플랫폼인 포스타입과 크몽 등에는 기차표나 공연 예매에 활용되는 매크로 판매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초보용’ ‘보급용’ 등의 이름이 붙은 이 매크로들은 일반인도 설명서를 보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자들은 5000원에서 3만 원 사이의 가격을 책정해 ‘가장 빠른 티케팅이 가능하다’ ‘성공 후기가 많다’는 식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표상이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대량 구매한 뒤 되파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도 편법 예매를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실제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 업자로부터 공연 예매 사이트 전용 매크로를 구매해보니 파일과 설명서가 곧바로 전달됐다. 파일에는 정각에 예매 버튼을 자동으로 눌러 빠르게 접속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예매창에 표시된 보안문자 입력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이 담겨 있었다. 실행을 위해 브라우저 사양을 낮춰야 한다거나 예매 오픈 1분~20초 전에 작동시켜야 한다는 등 설명서에는 구체적인 조건이 나열돼 있었다. 해당 업자에게 설 기차 취소표 예매용 매크로가 있는지 문의하자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며 30만 원을 요구하는 답이 돌아왔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매크로뿐 아니라 ‘새치기 링크’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해당 링크로 접속하면 대기열을 건너뛰고 예매 페이지로 곧장 진입해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 직접 링크의 줄임말인 ‘직링’으로도 불리면서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상황이다.
매크로나 새치기 링크를 이용한 꼼수 예매는 연휴나 휴가철 등 기차표 예매 성수기마다 반복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매크로 탐지 솔루션’을 도입한 후 추석 예매가 이뤄진 같은 해 9월에는 54만 4520건, 올 1월에는 27만 9327건의 매크로 접속이 차단됐다. 유명 연예인 콘서트 등 대형 공연이 몰리는 가을에서 겨울 사이도 매크로가 급증하는 시기로 꼽힌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한 예매 브로커들 또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경찰청은 ‘직링’을 이용해 야구 티켓 3360여 장을 사들인 20대를 검거하기도 했다.
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단순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행위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암표 판매를 금지하고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암표근절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입장권을 부정 구매하거나 재판매하는 행위에 한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편의를 위해 개발된 매크로 모두를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를 예매에 활용하도록 판매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만큼 판매 통로로 기능하는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의 편법 예매가 만연할수록 취약 계층은 문화 생활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고령자나 장애인에 대한 할당 판매량을 늘리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316개
-
37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