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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명품백 비위’ 신고에 논문 삭제로 응수한 대학교수...교육부 조사 착수

경찰 조사 전날 DB서 삭제

교수 측 “게재비 환불 따른 조치”

수정 2026-02-05 18:41

입력 2026-02-05 06:00

지면 25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석사 졸업을 준비하던 제자에게서 고가의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가 자신의 비위를 알린 신고자의 논문을 보복성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 교수가 학술 권력을 사유화해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최근 숭실대 A 교수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학회를 통해 전 제자 B 씨의 학술 논문을 학술 데이터베이스(DB)에서 무단 삭제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B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A 교수의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한 뒤 지난해 3월 경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 내 논문이 학술 DB 서비스에서 강제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삭제된 논문은 A 교수가 편집인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술지에 게재된 뒤 DB에 등록돼 있던 상태였다. 당시 DB 업체 측은 삭제 경위를 문의한 B 씨에게 “해당 학회 사무국장으로부터 ‘갈등 관계’를 이유로 요청이 들어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DB 업체 관계자는 본지에 “논문의 저작권을 학회가 가지고 있어 문제가 있으니 내려달라는 요청이 오면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목전에 둔 시점에 이뤄진 논문 삭제를 두고 신고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위축시키려 한 ‘의도적 보복’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학계에서는 통상 학술 DB에서의 논문 삭제가 저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고 본다. 원문 열람과 인용이 차단되면서 유통 경로가 사실상 막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자의 학위 취득 근거와 전문성을 입증할 수단이 사라져 향후 진로 설정에도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교육부 조사 결과 논문 삭제의 보복성이 인정될 경우 해당 학술지에 강도 높은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이 관리하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후보지 자격 중단 또는 박탈, 연구 지원 신청 제한, 해당 저자·관계자에 대한 일정 기간 투고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 교수에게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A 교수는 가천대 강사로 있던 2021년 6월 졸업논문을 지도하던 학생에게 387만 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자신이 강사 신분이어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문 삭제가 보복성 조치라는 의혹을 A 교수는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B 씨가 학회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게재비와 투고비·심사비 등을 모두 환불받아 회원 자격이 상실된 상태였다”며 “돈을 다 돌려준 상황에서 임의로 논문 게시를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메일로 논문을 주고받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강화된 저작권 동의 절차를 거치려 했지만 B 씨는 이미 회원이 아니라 행정절차상 한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연세대와 가천대 강사를 거쳐 현재 숭실대 경영대학원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입시 업체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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