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참치·햇반·김 2만원어치 ‘그냥드림’…“굶어본 사람은 안다” 대통령의 복지실험
입력 2026-02-05 05:10
증빙 서류도, 소득 기준도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굶어본 사람은 안다”고 말한 복지 사업 ‘그냥드림’이 시행 두 달 만에 이용자 3만6000명을 넘기며 빠르게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정부는 오는 5월 본사업 전환과 함께 전국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 “일단 먹고 보자”…문턱 낮추자 사람이 몰렸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3일 국무회의에서 “‘그냥드림’ 시범사업 이용자가 지난달 말 기준 3만608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업은 지난해 12월 1일 시작돼 현재 전국 67개 시·군·구, 107곳에서 운영 중이다.
‘그냥드림’의 핵심은 조건 없는 접근성이다. 신청서도 없고, 소득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방문하면 1인당 3~5개의 먹거리·생필품(회당 약 2만원 상당)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염두에 둔 설계다.
다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복지 상담이 의무다.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위기 신호가 보이면 제도권 복지로 연결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두 달간 상담은 6079건 진행됐고, 이 가운데 209명은 기초생활수급·긴급복지·의료비 지원 등 공식 복지 대상자로 연계됐다.
정부가 이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 신청주의’ 탓에 자격이 있어도 제도를 몰라, 혹은 절차가 부담돼 지원을 못 받는 사각지대를 자연스럽게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작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국 시·군·구가 228개인데 67개 시·군·구에서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주민센터 공간을 활용하고 자원봉사를 쓰면 될 텐데 너무 엄격하게 고용하고 사무실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그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 못 하는 것보다는 음식물 보급이라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굶어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서러운지 안다”고 강조했다.
◇ 전국으로 키운다…민간 참여는 ‘신중하게’
정부는 오는 5월까지 운영 거점을 150곳으로 늘리고, 연내 3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몰려 물품이 부족한 지역에는 전국·광역 푸드뱅크 물량을 재배분하고, 거동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이동형 서비스도 도입한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41곳으로 가장 많고, 부산과 대구가 각각 10곳이다. 수도권은 경기 9곳, 서울 2곳, 인천 1곳 수준이다. 광주와 세종은 시범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본사업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의 참여도 시작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2027년까지 3년간 총 45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한금융에서 3년간 45억 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거죠”라며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을 그었다. 기업 참여를 독려하되, 정부 사업과 연계된 기부가 ‘제3자 뇌물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정부 업무와 관련된 기업들로부터 정부 명의로 기부를 받거나 제3자에게 기부하도록 하면 처벌 소지가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올해 ‘그냥드림’ 사업에는 국비 73억 원과 지방비 56억 원 등 총 129억 원이 투입된다. 대상 제한이 없는 만큼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정부는 “당장 굶는 문제를 해결하고, 숨어 있던 위기 가구를 발견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전국 228개 시·군·구에 최소 1곳씩은 설치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빠른 전국 확산을 재차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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