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불났는데 문이 안 열려요!”…전기차 운전자 탈출 막은 ‘매립형 손잡이’ 中서 퇴출
입력 2026-02-05 06:43
“불 났는데 전기차 문이 안 열려요!”
지난해 10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 한 도로에서 샤오미(Xiaomi) 전기차 SU7가 충돌사고 후 화재가 발생했지만 운전자가 문을 열지 못해 차량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력이 차단되면서 매립형 손잡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 손잡이로 인한 전기차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의 ‘매립형 손잡이’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안전 규제를 도입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유행한 매립형 손잡이가 화재나 침수 등 비상 상황에서 인명 구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전날 모든 신규 판매 차량에 내·외부 기계식 문 열림 장치(레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안전 규정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미 승인됐거나 출시 막바지 단계에 있는 모델은 2029년 1월까지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차량 외부 손잡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최소 가로 6cm, 세로 2cm, 폭 2.5cm 크기의 오목한 공간이 있거나 동일 규격의 손잡이가 있어야 한다. 차량 내부에서도 승객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문 손잡이를 설치하고, 비상시 문을 여는 방법을 설명한 규격화된 표지판도 부착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국 내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추진됐다. 특히 지난해 3월과 10월 샤오미의 전기 세단 SU7 화재 사고에서 전력 차단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탈출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기차 안전 논란이 확산됐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상위 100개 신에너지차 모델 중 약 60%에 매립형 손잡이가 달려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모델Y·모델3), BMW(iX3), 니오(ES8), 리오토(i8), 샤오펑(P7)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대대적인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유사한 사고는 해외에서도 반복돼 왔다. 2024년 10월 캐나다에서는 테슬라 모델Y 차량이 토론토 레이크쇼어 대로에서 주행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화재가 발생하면서 탑승자 5명 중 4명이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에도 매립형 손잡이로 인해 전원이 차단될 경우 문이 열리지 않아 탈출이 어려웠다는 점이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 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대표는 블룸버그에 “중국이 단순히 최대 시장을 넘어 기술 규제 표준을 설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확정된 이 기준이 향후 수출용 차량을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리자동차(Geely)의 ‘갤럭시 M9’과 비야디(BYD)의 ‘씰(Seal) 06’은 이미 기존의 돌출형 손잡이 방식으로 돌아섰다. 매립형 손잡이 유행을 이끈 테슬라도 손잡이 디자인 변경을 추진 중이다. 테슬라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시장을 위해 필요한 변경을 진행할 것”이라며 “배터리 전압이 낮아질 때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되는 프로그래밍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이번 문 손잡이 규제와 함께 전기차의 가속력 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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