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세포만 골라 ‘늙어 죽게’ 만든다…UNIST, 새로운 항암 표적 발견
신경 단백질 NSMF의 대장암 세포 복제 스트레스 관리자 역할 규명
NSMF 억제로 암세포만 골라 영구 노화 상태 유도
입력 2026-02-05 14:44
국내 연구진이 대장암세포를 영구적인 노화 상태로 유도해 암의 증식을 원천 봉쇄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채영찬 교수팀은 신경계 단백질로 알려진 ‘NSMF’가 대장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핵심 관리자임을 밝혀내고, 이를 억제해 암세포의 분열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무한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DNA 복제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복제가 멈추거나 엉키는 ‘복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암의 진화를 돕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DNA가 파괴되어 세포가 죽거나 영구히 분열을 멈추는 ‘노화(Senescence)’ 상태에 빠진다.
연구팀은 대장암세포가 이 ‘복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NSMF 단백질을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NSMF는 과도한 스트레스로부터 DNA를 보호하고 복제를 돕는 신호 전달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대장암세포의 NSMF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자, 암세포는 폭증하는 복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분열을 중단했다. DNA 복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이중 가닥이 끊어지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암세포는 결국 영구적인 노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동물 실험에서도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입증됐다. 유전적으로 대장암에 잘 걸리는 쥐의 NSMF 발현을 억제한 결과, 종양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암이 생기더라도 성장이 억제되어 대조군 대비 생존 기간이 33.5%나 늘어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안전성이다. 이미 높은 복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암세포와 달리, 정상 세포는 NSMF 없이도 스트레스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NSMF가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표적 치료제의 이상적인 조건임을 시사한다.
제1저자인 신경진 박사는 “NSMF 억제가 암세포만 골라 타격하는 표적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 고무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채영찬 교수는 “기존에 뇌 신경 발달 인자로만 알려졌던 NSMF가 대장암세포의 생존을 책임지는 핵심 인자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것”이라며 “향후 NSMF 저해제가 개발된다면 암세포가 스스로 늙어 죽게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1월 1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10개
-
330개
-
37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