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習에 “미국산 석유 사라”…트럼프, 러 고립 가속
미중 정상 새해 첫 통화
시진핑에 대만 지렛대 삼아 회유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제안
우크라 전쟁 자금조달 차단 의도
미·러 핵통제 조약 뉴스타트 만료
제재 폭탄 러 1년내 재정고갈 위기
수정 2026-02-05 23:43
입력 2026-02-05 17: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거리를 두던 중국·인도와도 손잡으며 러시아의 경제 수단인 원자재 수출 무력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고 인도에는 투자 대가 없는 관세 인하를 안겼다. 석유와 가스로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를 봉쇄하겠다는 복안인데 이 때문에 이미 누적돼 온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올해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두 달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훌륭한 전화 통화를 마쳤다”며 “길고 상세한 통화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논의 주제에 대해 “무역, 군사, 4월 방중, 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미국 석유 및 가스 구매, 중국의 추가 농산물 구매 검토 등 수많은 중요한 주제들이 논의됐다”며 “모두 매우 긍정적”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우회적 제재 수단으로 석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중국은 현재 원유 대부분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이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산은 지정학적 리스크 이유로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이란과의 거래마저 중단되면 원유 확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구매하도록 합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통화에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반드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시 주석에게 “중국 측의 대만 문제 관련 우려를 중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최대한 피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에 이어 핵무기 통제 조약을 끝내며 대러 정책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남은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은 5일자로 15년 만에 만료됐다. 러시아는 만료일을 앞두고 연장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며 결국 종료됐다.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다른 국가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전체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던 유럽연합(EU)은 석유 제품을 금수 조치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유지하던 인도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EU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발언을 한 이후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은 3일 50%에 해당하던 인도 관세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대가로 18%로 대폭 낮췄다.
러시아 원유 수출 물량의 80%를 담당하던 인도와 중국마저 수입을 거부할 경우 러시아의 재정 부담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러시아 연방정부는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인 5조 6500억 루블(약 737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24% 감소해 5년 만에 최저인 8조 4800억 루블(약 1106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도 러시아의 재정 전망은 어둡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1월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 수입은 3933억 루블(5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절반까지 감소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로 직전 달 4478억 루블(약 58억 달러)보다도 12%가 줄었다. 지난해 2.6%였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올해 3.5~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는 적자 충당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준비금 4조 1000억 루블(약 535억 달러)을 마련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입 감소 속도라면 1년 내 고갈될 것으로 추정했다. 가스프롬뱅크 분석가는 “재무부 전망보다 지출 증가가 빠를 것”이라며 “더 큰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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