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족쇄 10년 누가 보상하나…2심까지 끌고 온 검찰 비판도
■ ‘인보사 사태’ 이웅열 2심도 무죄
고법 “세포기원 착오, 품목허가 이후”
고의 아닌 ‘과실’…원심 판단 유지
美선 임상3상 마무리…韓선 중단
“과학적 판단, 법이 하면 안돼” 지적
수정 2026-02-05 19:33
입력 2026-02-05 17:53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법원이 동일한 판단을 하면서 검찰의 상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다면 8년이 넘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인보사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요구할 경우 인보사 국내 개발은 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 총 7개 혐의로 기소된 이 명예회장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 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 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제다. 2017년 국내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으나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가 포함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9년 허가가 취소됐다. 이 명예회장은 이 과정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보사 2액을 허가받은 연골 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인보사 임상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오롱티슈진에 내린 CH(Clinical Hold)를 ‘임상 중단’이 아닌 ‘임상 보류 또는 보완’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회사 측이 CH의 의미를 축소 번역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들은 1차 CH를 임상 3상 전 거쳐야 할 절차로 인식했을 뿐, 중대한 장애로 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 착오 쟁점에 대해서도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검찰은 임직원들이 2액 세포의 기원 착오를 2019년 3월 이전에 인지하고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는 공소장에 피고인들의 미필적고의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 등이 세포 기원 착오 사실을 인식한 시점을 원심과 동일하게 2019년 3월 30일 이후로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사후적으로 확정된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과학적 판단을 법이 대신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불확실성이 큰 신약 개발 과정에서 피고인들 회사의 의사 결정과 업무 처리 방식의 불투명성이 문제를 가중시킨 측면은 있으나 형사책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정리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뒤 “과학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이례적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1·2심 무죄에 더해 과학에 대한 사법 판단의 경계를 지적한 법원 판단으로 검찰의 ‘기계적 상고’ 부담이 커졌다. 현재 회사 측은 미국에서 품목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데 검찰이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갈 경우 주요 경영진이 재판에도 역량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TG-C는 미국에서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하고 올해 7월 주요 평가 지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회사는 내년 1분기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번의 법원 판단이 동일했고 과학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3심까지 간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생명과학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패소한 상태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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