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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AI 협력 나선 지멘스…제조업 디지털 혁신 가속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

수정 2026-02-05 17:59

입력 2026-02-05 17:54

지면 21면
롤란트 부시(왼쪽) 지멘스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무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롤란트 부시(왼쪽) 지멘스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무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공정 자동화 기기 분야 선두 기업인 독일의 지멘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도 기업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시장에서는 AI가 창출하는 성장 잠재력을 제조 경쟁력 강화 솔루션과 결합해 AI 팩토리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멘스와 엔비디아의 공정 자동화 분야 협력은 지난달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고도화된 시뮬레이션 기술에 지멘스의 산업용 플랫폼과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환경에서 실제 제조 공정을 정밀하게 구현해 사전 검증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첨단 생산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설비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 지연이나 추가 비용은 기업의 투자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트윈은 이러한 리스크를 가상 공간에서 사전에 점검하고 제거함으로써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디지털 트윈의 도움 없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트윈은 제품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현실과 유사한 물리 환경을 구현한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항공기 등 대형 운송수단 개발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제조 공정뿐 아니라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멘스는 지난해 11월 AI 기반 공정 자동화에 대한 장기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클라우드 기반 산업용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연결해 개발·생산·사후 서비스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장비 판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간 서비스 제공을 통한 구독형 수익 모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그간 경기 변동에 민감했던 자동화 장비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완화할 수 있는 변화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지멘스는 인수합병(M&A)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해 AI 기반 자동화 역량을 꾸준히 키워 왔다. 특히 AI 팩토리 전략이 고도화될 경우 시설 관리 솔루션과 전력 설비 등 다른 사업 부문에도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 자동화 전략이 그룹 내 전반적인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올해 공정 자동화 산업의 투자 심리를 좌우할 변수로 지목된다. 다만 강력한 고객 기반과 축적된 산업 데이터, 그리고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지멘스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주목할만한 성장 잠재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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