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쓰레기 비용
입력 2026-02-05 17:55
김현수
논설위원
3월부터 경남 진주시가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생활쓰레기 종량제봉투를 판매한다. 시는 가짜 봉투가 적발된 사례는 없다고 했지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벌써 위조 봉투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시 단위의 지자체 종량제봉투는 육안으로는 정품 확인이 쉽지 않고 바코드도 단순해 복제가 가능하다.
진주시의 20ℓ 종량제봉투 가격은 장당 590원이다. 2017년 450원에서 31% 인상한 후 9년째 그대로다.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수도권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로 소각 등 처리 비용이 급등해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위·변조 방지 기술 도입도 이런 변화의 선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지자체들의 인상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경기도 광명시는 매년 10%씩 5년간, 평택시는 매년 8%씩 2028년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쓰레기종량제는 환경정책기본법이 규정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1995년 1월 도입됐다. 버린 만큼 비용을 내라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다르다. 처리 비용은 치솟는데도 봉투 가격은 정치적 부담 탓에 조금씩밖에 못 올렸다. 2024년 기준 생활쓰레기 처리 비용 가운데 종량제봉투 판매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세금으로 메워진다. 문제는 비용 증가 속도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쓰레기 처리 비용은 3조 8239억 원으로 10년 새 85%나 늘었다. 복지와 인프라에 써야 할 재정이 쓰레기 처리로 빠져나가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를 둘러싼 갈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이슈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 반발에 충청권 일부 지자체들은 뒤늦게 수도권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연초 우려됐던 쓰레기 대란은 일단 비켜갔지만 근본적 해결 없이는 시간문제다. 30년간 이어진 쓰레기종량제도 직매립 금지와 비용 폭등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버린 만큼 제대로 부담하게 하고 소각장 설치 등 관련 인프라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조용히 쌓인 비용이 누구의 몫으로 남을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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