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뿌리를 찾다…1400년 잠들었던 ‘백제 피리’ 깨어나
■삼국시대 관악기 실물 첫 발견
국가유산청 부여 백제왕궁터 발굴
화장실 구덩이서 횡적 1점 나와
한반도 문화 日전파 경로 재확인
6세기 공문서 ‘목간’도 300여점
수정 2026-02-05 23:58
입력 2026-02-05 17:56
사비 백제의 수도였던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에서 7세기초 유물로 추정되는 피리가 발견됐다. 백제를 포함한 삼국시대를 통틀어 처음 발견된 실물 악기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관악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백제의 국가 운영 체계를 엿볼 수 있는 목간(木簡·문자가 기록된 나무조각)도 수백 점 무더기로 나왔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5일 관북리 유적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가로로 불어 연주하는 관악기인 횡적(橫笛·가로 피리) 1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북리 유적은 사비(부여)를 수도로 삼은 백제의 왕궁터로 파악되는 곳이다. 부소산 남쪽에 넓고 평탄한 땅 위에 들어선 유적에서는 1982년부터 발굴 조사를 시작해 대형 전각 건물 흔적과 수로, 도로 시설 등이 확인됐다. 최근까지도 사비 백제의 왕궁 실체를 밝히기 위한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왕궁 내 회의실 건물터 인근 화장실로 추정되는 구덩이에서 악기 유물을 찾아냈다. 대나무 재질의 유물은 인위적으로 가공한 구멍이 있는데 형태가 오늘날 ‘소금’과 비슷하다. 다만 일부가 부러지고 납작하게 눌린 상태였다. 남아 있는 부분은 22.4㎝ 정도로, 전체 31㎝로 추정되는 몸체의 30% 정도가 사라졌다.
추정 연대는 568∼642년으로 나타났다.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유물의 재질, 구조 등을 고려하면 ‘가로 피리’로 판단된다”며 “삼국시대를 통틀어 관악기 실물이 발견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8~9세기 유물로 비슷한 피리가 출토된 바 있다. 이번에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 유물이 발견되면서 한반도 문화가 일본에 전래된 경로가 명확해졌다.
이를 토대로 재현된 횡적을 연주하는 공연이 이날 진행돼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공연자는 “구멍이 (현재의 악기보다) 작아 소리를 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평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400년 전 조상들이 어떻게 흥을 즐기며 생활했는지 알 수 있는 유물이 처음 발견됐다”며 “백제의 음성과 울림이 오랜 세월을 지나 한국인의 DNA로 발전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6세기 중기로 추정되는 총 329점의 목간을 발견했는데 이는 국내 단일 유적에 나온 목간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이다. 목간은 약 20m 길이의 수로 안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인근 건물은 목간을 제작하고 관리한 시설로, 목간은 이를테면 ‘공문서’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삼국시대 종이 문서는 발굴된 적이 없다.
목간에 적힌 ‘경신년’(庚申年)과 ‘계해년’(癸亥年)은 함께 출토된 유물, 배수로 조성 시기 등을 고려할 때 각각 540년과 543년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백제가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한 538년 직후인 셈이다.
‘공적이 4개인 도족이를 소장군으로 삼다’(功四爲小將軍刀足二)는 문구가 적혀 있는 목간은 인사와 관련한 문서로 추정된다. 그동안 일본에서 만든 한자로 알려진 ‘전’(畑) 자가 적힌 목간도 확인됐는데 시기적으로 관북리 유물이 훨씬 이전이다.
연구소 측은 “백제의 국가 운영 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 문서 행정 실태와 당시 음악 문화와 소리 복원에 기여할 실물 자료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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