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대가 돈 거래 의혹’ 명태균, 1심 무죄...‘황금폰 은닉’ 유죄
입력 2026-02-06 05:30
공천을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명씨는 증거 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명씨가 2024년 9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된 지 약 1년 반 만에 나온 선고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8070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누구든지 공직선거에 있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명씨 측은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돈은 김 전 의원 지역구 사무실 총괄본부장으로서 받은 급여 명목일 뿐 공천에 관한 정치자금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의원 역시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에게 빌린 돈을 변제해 준 대여금으로 정치자금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주고받은 돈이 정치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총괄본부장으로 일한 사실이 명확히 인정된다”며 “명씨가 김 전 의원과 강씨에게 여러 차례 채무 변제를 요구한 점, 김 전 의원도 강씨와 통화 등에서 채무 존재를 시인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하고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명씨 활동과 노력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공관위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공천이 결정됐고 김 전 의원이 여성으로서 우선순위에 있었으며 대선 기여도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 별개로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공천 대가에 관한 어떤 약속을 했다고 인정할 아무 증거가 없다”며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요구한 건 당협사무소 인사와 운영 권한일 뿐 경제적 이익은 아니었던 점에 비춰 세비 절반이 공천 대가나 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금전거래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위한 것이라거나 명씨의 정치 활동을 위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과 함께 2022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A, B씨에게서 지방선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돈이 처음 수수된 2021년 8월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각 정당에서 공천에 관한 구체적 준비를 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며 “당시 A, B씨가 선거 출마를 확정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고 김 전 의원이 A, B씨 공천을 위해 노력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명씨 역시 유력 정치인과 교류하는 정도에 불과해 공천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명씨는 수사 과정에서 처남에게 휴대폰 3대와 USB 1개를 숨기도록 지시한 증거 은닉 교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중요한 증거를 은닉하고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자기 증거를 은닉하도록 한 점, 기소 후 스스로 휴대전화 등을 임의 제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선고 후 명씨는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라”며 “교도소에 있는 동안 많이 성찰했고 많은 분에게 상처를 줬는데 앞으로 더 신중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에게서 총 58회에 걸쳐 2억 7000여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대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 것일 뿐,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명씨에 대해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등 자기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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