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이 다시 쓴 ‘화인’ 겸재 이야기
■새로 쓰는 화인열전1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입력 2026-02-06 17:56
“이 그림은 한국의 모나리자입니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아시아미술관의 키스 윌슨 아시아미술부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작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전에 전시돼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작품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잘 알려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겸재 정선(1676~1759)을 ‘화가(畵家)’가 아닌 ‘화인(畵人)’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현대적인 개념의 화가보다 시인이나 문인처럼 ‘인’자를 붙이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화가로 잘 알려진 정선은 조선 시대 사대부이기도 하다. 저자는 “조선 화가(화인)들은 단순히 테크닉만이 아니라 유학을 탐구하고 연마했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그림을 ‘서화’라고 칭하며 글과 함께 묶는 이유다. 문·무를 겸비하면서 문장과 예술도 함께 연마하는 것이 조선 사대부들의 필수 덕목이었던 셈이다.
‘새로 쓰는 화인열전’은 저자가 2001년 펴냈던 ‘화인열전’의 전면개정판이다. 저자는 개정 수준을 넘어 사실상 새로 썼다고 전한다. 그동안 역사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사실과 해석이 나오면서 평가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화인열전’은 총 2권으로 출간됐지만 ‘새로 쓰는 화인열전’은 총 5권을 구상하고 있다. 제1권에서는 정선을 단독으로 제시했는데 정선에 대한 우리 미술계의 높은 평가에 따른 것이다. 책에서는 정선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여러 이야기를 다룬다.
정선은 당시로서는 희귀하게 84세까지 장수했다. 특히 60대에 이르러 예술적 전성기를 맞은 대기만성형이다. 정선은 당시까지도 중국 화보를 베끼던 관념 산수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우리 산천 그대로를 묘사한 진경산수화를 창안하고 완성했다. 76세에 그린 ‘인왕제색도’는 빗물이 씻겨 내려간 바위의 미끄러운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몇 겹으로 붓질을 가하는 중묵의 찰필을 구현하는 등 조선 회화의 정점을 찍었다.
저자는 정선이 지식인의 자부심과 인문 정신을 담아낸 K컬처의 원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정선을 포함해 윤두서, 김홍도, 김정희 등 총 10명을 다룰 예정이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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