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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법무부 “경영권 방어 장치 필요”…3차 상법개정 재검토를

입력 2026-02-07 00:01

지면 23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5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5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여당의 3차 상법 개정이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자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경쟁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으로 향하는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며 “해외에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최근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자사주는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공백을 메울 대체 장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 핵심 부처가 잇따라 같은 취지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며 13일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재계는 자사주 제도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합병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재계가 제시하는 대안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의무 공개매수 제도 등이다. 포이즌필은 경영권이 위협받을 경우 기존 주주가 싼값으로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주는 장치다. 차등의결권은 지배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미국의 빅테크들 역시 외부 위협 때는 이런 장치를 적극 활용한다.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의 안전장치가 없는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간신히 대응해 왔다. SK와 소버린의 대결, 삼성을 공격했던 엘리엇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권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처분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외국계 투기 자본이 활개를 치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면 투자 활성화는커녕 핵심 기업들의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청와대와 법무부까지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여당은 3차 상법 개정안 입법을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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