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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메모리 ‘무기화’ 걱정, 중국산도 찾는 빅테크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39>

델·HP, 메모리 공급난에 중국산 D램 도입 검토

엔비디아는 30여 년 만에 게임 GPU 출시 중단

올초 D램 값 90% 상승...애플·인텔도 “힘들다”

머스크 “3년 뒤 지정학적 위험...테라 팹 필요”

삼전·SK·마이크론 ‘훨훨’...공급망 재편은 변수

수정 2026-02-08 12:55

입력 2026-02-07 13:00

세계적인 PC 기업 델의 마이클 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카네기 멜런 강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델 CEO는 대학생이던 1984년 단돈 1000달러로 세계 최대 PC 회사를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델과 HP가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공급난을 맞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D램 반도체를 채택하려고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세계적인 PC 기업 델의 마이클 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카네기 멜런 강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델 CEO는 대학생이던 1984년 단돈 1000달러로 세계 최대 PC 회사를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델과 HP가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공급난을 맞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D램 반도체를 채택하려고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범용 메모리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기존 게임용, PC용, 스마트폰용 칩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업체들은 올해 수익 감소를 감내할 각오를 다지고 있고, 일부는 중국산 D램이라도 들여야 하는지 검토하고 나섰다. 월가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현 메모리반도체 부족 현상이 적어도 내년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인공지능(AI) 산업에도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도 공고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에 쏠린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이 몇 년 뒤 전략 무기화될 수 있다면서 이를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견제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공급난에 델·HP 등 중국산 D램 도입 검토...엔비디아는 30여 년 만에 첫 게임 GPU 출시 중단

엔비디아의 칩 매출 비중 추이
엔비디아의 칩 매출 비중 추이

지난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개인 컴퓨터(PC) 업체인 델과 HP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D램 반도체를 채택하기 위해 검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PC 업체 에이수스도 중국 생산 업체에 메모리반도체 조달 협력을 요청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범용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최근 심각하게 줄어든 탓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회사들이 최근 생산 시설을 수익성이 좋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전환했다. 그 결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제품의 생산량은 시장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됐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신규 웨이퍼 공장 증설에는 여러 해가 소요되기에 공급이 단기적으로 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의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HBM을 포함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4%, 삼성전자가 33%, 마이크론이 26%이고 중국의 CXMT이 5%, 대만의 난야가 2%다.

5일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4분기보다도 80~90% 급등했고 D램과 낸드플래시, HBM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 한 수급 불균형과 관련해 마이크론의 마니쉬 바티아 운영 부문 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D램 공장 기공식 직후 가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들이 2027년 이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강조했다. 바티아 부사장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이 업계 전반의 가용 생산능력을 엄청나게 흡수하면서 스마트폰과 PC 같은 기존 산업용 메모리의 심각한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급 부족은 정말 전례 없는 수준이고,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요는 더욱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도 메모리반도체 부족 여파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1990년대 초부터 비디오게임과 콘솔용 그래픽 칩을 설계한 점을 감안해 이번 조치가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이 결정을 내린 것은 공급이 제한된 메모리반도체를 수익성이 높은 AI 가속기에 우선 배분하기 위해서다. 메모리 칩은 GPU의 핵심 구성 요소로 AI용 서버와 게임용 컴퓨터 모두에서 널리 사용된다. 실제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 출시를 기점으로 게임 칩이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5%에서 지난해 8%로 급감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메모리 부족 문제로 게임 반도체인 ‘지포스 RTX 50’ GPU의 생산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또 차세대 게임 GPU인 ‘RTX 60’ 시리즈의 양산 시점도 올해가 아닌 내년 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게임 GPU의 소매 가격은 메모리반도체 부족에서 비롯된 공급 감소로 지난 1년간 30%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시리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신제품 출시 일정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애플·인텔도 “올해 공급망 어려워”...머스크 “3년 뒤 지정학적 위험 피하려면 美 테라 팹 지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별 D램 영업이익률. 자료 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별 D램 영업이익률. 자료 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AI 전환기를 맞아 메모리반도체 부족 사태가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번지자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도 한탄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반도체 업계 경영인들과 만찬을 갖고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전체 공급망이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진한 AI 대응 속에 아이폰 판매로 실적을 유지하는 애플의 팀 쿡 CEO도 같은 달 29일 실적발표회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과 메모리 가격 급등이 2026 회계연도 2분기(1∼3월) 제품 공급과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쿡 CEO는 “현재 우리는 제약 상태에 있다”며 “메모리는 1분기에는 영향이 미미했으나 2분기에는 좀더 큰 파급이 클 것”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부족, 비용 상승 등으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1%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립부 탄 인텔 CEO 역시 이달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스코 시스템즈 주최로 열린 ‘AI 서밋’ 행사에서 “AI 산업 성장 속도가 둔화한다면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될 것”이라며 “화웨이가 최고의 반도체 설계 전문가들을 영입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걱정했다. 이어 “내가 아는 한 메모리반도체 부족 현상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메모리반도체 주요 업체들과 대화한 결과 2028년까지 메모리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퀄컴에서 에릭 데머스 수석부사장을 영입한 사실을 거론하며 “최근 매우 유능한 GPU 설계 총괄책임자를 영입했다”고도 강조했다. 메모리반도체 부족 속에서도 엔비디아가 사실상 지배하는 GPU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반도체 문제를 지정학적 위험과 연계하며 미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테슬라 실적발표회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로 주요 공급업체들의 생산량을 살펴보고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 같은 전략적 협력사를 넘어선 공급망까지 고려해도 그들이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는 부족하다”며 “향후 3∼4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제약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테슬라 테라 팹(초대형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구체적으로 “매우 큰 규모의 연산, 메모리, 패키징(후공정)을 모두 포함하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이라며 “이는 몇 년 안에 주요 요인이 될 지정학적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자체 반도체 생산 시설인 ‘테라 팹’ 건설 계획을 처음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자신이 우려하는 지정학적 위험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으면서 “3년이 지난 뒤 나타날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우리가 기대한 칩이 도착하지 않을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핏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를 전략 무기화하는 상황을 지정학적 위험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추정되는 대목이었다.

올해 삼전 32%, SK하닉 29%, 마이크론 38% 급등...공급망 재편 가능성은 변수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연합뉴스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부족 문제는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이미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AI 투자가 사실상 미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 문제가 자칫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지난달 16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D램의 부족을 “즉각적인 도전”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H200’을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미국 고객사가 쓸 HBM3E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서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달 14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고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사실상 공식화한 직후 발송됐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 ‘루빈’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메모리반도체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은 자연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들어서만 벌써 32.3%, 28.9%씩 주가가 급등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을 처음 넘어선 지난달 2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한국의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스피 랠리가 경기 변동 민감주 위주 시장에서 글로벌 AI 열풍의 핵심 수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등 AI 설비 투자 급증으로 내년까지 메모리반도체에 품귀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코스피가 추가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1.37%, 9.28% 급등한 지난 3일에도 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중국 최대 기술 기업인 홍콩 증시 상장사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추월했다고 전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각각 984조 원, 656조 원으로 불었고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총은 각각 5조 2900억 홍콩달러(약 982조 원), 3조 640억 홍콩달러(약 565조 원)에 머물렀다. 블룸버그통신은 “AI 투자 열풍이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공급망 중심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며 “한국은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의 핵심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한 반면, 중국은 기술 자립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칩의 수급 주기에 과도한 영향을 받는 데 반해 중국 인터넷 공룡들의 성장성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삼분하는 마이크론의 주가 역시 지난해 12월 31일 285.41달러에서 6일 394.69달러로 38.3% 급등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16일 뉴욕주 오논다가카운티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시설도 짓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10년 뒤 전 세계 D램 점유율을 40%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메모리반도체 공급난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시장 주목도도 커지게 됐다. 다만 미국 IT 업계와 정치권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노력과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장기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분석대로 반도체 업종은 호황과 불황 주기를 반드시 오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반도체가 불황을 맞으면 언제나 출혈 경쟁이 시작되고 업계에 대형 구조조정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스톡커
트럼프 스톡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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