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만 산다”…맥킨지 섬뜩한 경고, 삼성 전략은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40>
AI 밸류체인 반도체 희비 갈려
삼성 HBM4 2월 양산 승부수
소부장 생태계도 생사 엇갈려
입력 2026-02-08 08:30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을 기점으로 ‘두 개의 세계(Two Worlds)’로 쪼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AI라는 동아줄을 잡은 상위 5% 기업이 산업 전체의 이익을 독식하는 흐름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005930)가 2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출하라는 승부수를 띄운 배경에는 이 5% 클럽에 진입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실리콘 스퀴즈(Silicon squeeze)’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수익 구조가 극단적으로 재편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24년 기준 상위 5% 기업이 반도체 산업 전체가 창출한 경제적 이익(Economic Profit)을 사실상 독점한 것으로 파악했다. 2010년대 스마트폰 호황기에는 다수의 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나눴던 것과 대조적이다. 엔비디아와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등 AI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들만이 이익 창출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위 90%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맥킨지 분석 결과 이들의 경제적 이익 총합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규모는 유지했을지언정 실제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의미다.
맥킨지 “중간은 없다” 경고
삼성 대응은 ‘턴키 솔루션’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중간은 쥐어짜이고 있다(The Middle is Squeezed)”며 AI 칩이나 첨단 메모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연평균 2~3%의 저성장 늪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관련 기업의 예상 성장률인 18~29%와 비교하면 현격한 격차다. 산업 전체의 파이는 커지지만 분배 구조는 왜곡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HBM4를 조기 등판시킨건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HBM4 양산출하를 시작하며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탈환에 나선다. 지난해 HBM3E(5세대) 진입에 이어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투입하는 강수를 던진 것이다.
이는 맥킨지가 생존 해법으로 제시한 ‘솔루션 플레이(Solution Play)’ 전략과 맞닿아 있다. 맥킨지는 단순 칩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와 패키징을 결합한 수직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결합한 일괄 수주(턴키) 방식으로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5% 클럽에 안착해 수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역시 HBM4를 기점으로 이익 창출 구간에 재진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발 장비 사재기 여파
범용 반도체 시장 위협
시장 재편의 여파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로도 확산할 전망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 매입 동향에 주목했다. 중국은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의 38%를 차지했다. 대만과 한국, 미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맥킨지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응해 중국 기업들이 구형(레거시) 장비를 대거 비축한 것으로 파악했다.
업계는 중국의 장비 사재기가 향후 1~2년 내 레거시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이 확보한 장비로 범용 칩을 대량 생산해 시장에 쏟아낼 경우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팹리스(설계)와 8인치 파운드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반도체와 무관한 범용 시장에서는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태계의 양극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HBM4 밸류체인에 진입한 열 압착(TC)본딩, 검사 장비 등 일부 기업은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와 달리 범용 기술에 머무는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과 별개로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I가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맥킨지의 경고처럼 상위 5%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역시 ‘AI 탑승’ 여부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궁금한 사항이나 건설적인 논의, 제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메일 gap@sedaily.com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후속 취재해 다음 시리즈에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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