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조건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전력운영·관리 효율화사업 확대
버려지는 에너지 저장해 재활용
3.6만 가구 1년 쓸 사용량 확보
수정 2026-02-08 23:56
입력 2026-02-09 05:00
과거 에너지 산업은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대용량의 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하고 싼 연료를 투입해 가능한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이었다. 수요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전기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전기를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 것인가’ 역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에너지 산업의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만들어진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만 동시에 예측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태양이 비치고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한 전기를 즉시 사용하지 못하면 버려지기도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발생하는 출력제어가 반복되며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에너지 전환은 친환경 발전 설비의 확대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저장과 조율, 그리고 효율화가 함께 작동할 때 전환은 지속 가능해진다.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제주 북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발전소’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해답 중 하나이다. 낮 시간대 생산된 잉여 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다시 공급해 출력제어를 줄이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인다. 총 140㎿h 규모의 배터리를 갖춘 국내 최대 전력저장발전소로 약 40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굴뚝도 터빈도 없고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BESS가 발전소로 불리는 것은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화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발전소’로 작동한다. 효율화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건물과 산업 현장의 에너지 사용 구조를 진단하고 설비와 운영 방식을 개선해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방자치단체·대학·산업 현장과 협력해 에너지 진단부터 설비 구축·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효율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학 캠퍼스 21개, 공공시설 26개를 포함해 50여 곳에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300개소 이상에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약 38.7GWh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592㎿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했다. 이는 65㎿급 가스복합발전소의 연평균 발전량을 대체하는 규모로 약 3만 6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량이다.
에너지의 저장과 효율화는 하나로 연결된다. 저장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고 효율화는 전력수요를 안정화한다. 여기에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과 제어기술이 더해지면 에너지는 단순한 생산과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되고 조율되는 ‘시스템’이 된다.
한국동서발전은 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너지 공기업을 넘어 전력 시스템 전반의 흐름을 연결하는 역할로 나아가고 있다. 장기적인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미래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전력의 안정은 곧 산업과 지역, 그리고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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