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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냐 버티기냐 증여냐…고민 깊어지는 다주택자

4가구 임대 50대, 1채 빼고 처분 결정

서울 2주택 보유자, 당분간 팔지 않기로

취득·증여세 부담에 증여도 셈법 복잡

세입자에 비용전가, 보증금 올리기도

수정 2026-02-09 00:04

입력 2026-02-08 17:51

지면 20면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연일 확인하는 가운데 8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 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과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연일 확인하는 가운데 8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 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과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총 4가구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던 50대 자영업자 김모씨는 최근 실거주 한 채를 뺀 나머지를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까지 다 팔기 어렵겠지만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 속에 과감히 임대사업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노후 대비용으로 아파트를 샀는데 향후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와 종합소득세·재산세·건강보험료 등 ‘세금 4종’을 따져보니 최소 매년 수천만 원”이라며 “보유세가 더 높아질 거라는데 이번 기회에 수익형 부동산은 다 정리하고 미국 배당주식으로 갈아타볼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인 40대 이모씨는 보유 중인 서울의 2주택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서대문구에 자가 거주하다 자녀 교육 문제로 광진구에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왔던 그는 “첫 집에 대한 애착이 크고 은퇴하면 다시 그 동네로 돌아가고 싶어 서대문 아파트를 보유하기로 했다”며 “한 번 팔면 다시는 그 지역 아파트를 못 살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월급쟁이 살림에 어떻게 세금을 방어하며 버틸 수 있을 지를 매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예고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 시점(5월 9일)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선택지는 크게 △처분 △계속 보유 △증여로 갈린다. 선택지는 3개지만 실제 상황은 더 복잡하다. 서울 마포구의 비거주 아파트 매도를 결정한 박모씨는 최근 세입자에게 퇴거 관련 이사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박씨는 “5월 9일이 지나면 양도세를 수억 원 더 내야 하다보니 울며겨자 먹기로 합의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들이 세입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서울 강동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이모씨는 5월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보증금 10%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씨는 “이사를 가려해도 근처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고 아이 졸업까지는 최소 4년을 더 살아야 해 보증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증여의 셈법도 복잡하다. 2주택자인 60대 최모씨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무주택 자녀에 증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는데 집값이 많이 올라 취득세와 증여세 모두 부담스러워졌다. 최씨는 “당장 수억 원을 내야 하는 취득세를 자녀가 부담하기 어려운데 내가 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일단 세무사 상담만 더 예약해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상황이 제각각 다른 상황에서 5월 9일이 다가올수록 시장은 더욱 혼란해질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주택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다주택자 규제는 의미 있지만 지금 정책이 다주택자들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충분히 고민했는지는 의문이 든다”며 “강력한 규제에 앞서 다주택자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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