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부담 커진 고령층부터 내놨지만…“더 떨어질 것” 매수는 실종
■급매 쌓이는 강남…李 양도세 압박에 시장 변곡점
압구정 현대3차 한달새 매물 47%↑
개포·잠실서도 2억~3억 가격 낮춰
버티면 이긴다서 ‘이젠 팔때’ 분위기
매수우위지수 7주 만에 상승세 꺾여
“보유세 인상 우려에 1주택 매물도”
수정 2026-02-08 23:39
입력 2026-02-08 17:55
“동일 면적, 동일 층수 기준 120억 원이 넘었던 대형 면적에서는 호가를 10억 원까지도 낮춘 매물이 나왔어요. 60억 원쯤 했던 국민주택형은 5억 원 정도 내렸고요. 매물은 쌓이고 매수자는 5월까지 관망하는 모양새예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공인중개업소 앞에 붙여놓은 ‘급매’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상황이 분명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해도 매도인이 계약서 쓰는 현장에서 가격을 올려버리거나 계약을 접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매수자들이 “얼마나 더 떨어지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에 한국 아파트 불패의 심장부인 압구정이 얼어붙었다. ‘버티면 이긴다’를 입증해온 곳이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제는 팔 때’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압구정동의 아파트 매물은 8일 기준 1382건으로 한 달 전 1191건보다 16.0% 증가했다. 현대3차는 34건에서 50건으로 47.0%, 현대8차는 54건에서 72건으로 33.3%, 현대6·7차는 128건에서 164건으로 28.1%, 신현대는 282건에서 341건으로 20.9% 늘었다.
호가도 적게는 몇 억에서 많게는 10억 원 넘게 떨어졌다. 현대3차 전용면적 82㎡ 중층 물건은 최근 55억 원에 나왔는데 직전 호가 대비 1억 원, 지난해 11월 최고가 60억 7000만 원보다는 5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120억 원을 넘나들던 현대6·7차 196㎡도 120억 원에서 110억 원 선까지 내린 매물이 나와 있다.
압구정 외 지역에서도 호가를 내린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는 30억 8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11월 최고가 33억 5000만 원을 기록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호가가 3억 원 가까이 빠졌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31억 원보다 낮은 호가를 부르는 매물이 15개 넘게 쌓여 있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과 가락동 헬리오시티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직전 실거래가보다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2억 원 이상 빠진 매물이 적지 않다.
급매물 증가의 진앙으로 고령층이 꼽힌다. 갈수록 보유세가 늘어날 것 같은 데다 증여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만큼 고점에서 매물로 내놓았다는 의미다. 일부는 양도세 중과 대상이 아닌 1주택자이지만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매도 행렬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현대아파트 보유자 중 절반이 1940년대생”이라며 “자녀에게 상속·증여세를 내게 하느니 차라리 중과 전 양도세를 내겠다는 생각에 물량 던지기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80대가 재건축 후 새 아파트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정부가 지방선거 후 보유세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니까 이제는 팔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7일 하루에만 매물 10개가 나오는 등 1월 말부터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부분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고령층의 물건”이라며 “당분간 아파트에 무거운 세금이 매겨질 것이라 보고 있어 지금 고점에서 팔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 집합건물의 70대 이상 매도자 수는 지난달 675명으로 지난해 11월 448명보다 50.7%나 늘었다.
문제는 매물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매수우위지수는 94.9로 전주 99.3보다 4.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 이후 이어진 상승세가 7주 만에 꺾였다. 매수우위지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 높아지고 팔려는 사람이 늘면 낮아진다.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도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매수 문의가 없다”며 “5월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 호가를 낮춰도 매수자들이 안 사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하락장 초입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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