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전설’의 위대한 도전…경기 중 미끄러지며 안타까운 결말
여자 활강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 당해
의료진, 상태 확인 후 닥터 헬기 이송 결정
대회 앞서 은퇴 시사한 탓에 안타까움 더해
수정 2026-02-08 23:37
입력 2026-02-08 21:27
‘스키 전설’ 린지 본(42·미국)의 다섯 번째 올림픽 도전이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대회 직전 당한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에도 올림픽에 대한 열망으로 부상 부위에 보조기를 달고 출전을 강행했지만 경기 중 중심을 잃으며 넘어져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고 닥터 헬기를 타고 이송됐다.
본은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활강에서 불의의 사고로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이날 13번째로 출전한 본은 출발한 지 약 10초 후 코스 깃대에 부딪힌 뒤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설원 위에 뒹굴었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상단 구간에서의 충돌로 인해 거의 수직으로 넘어지면서 코스를 벗어났다. 이후 본은 오랜 시간 몸을 일으키지 못했고 고통으로 인한 울음소리도 계속됐다. 결국 의료 관계자들이 모여 그의 상태를 확인한 후 경기 진행이 어렵겠다고 판단해 닥터 헬기 이송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설원을 호령해 온 ‘스키 전설’의 모든 것을 건 위대한 도전이 안타깝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결승점에 모여 그의 부상 장면을 지켜본 선수들과 관중들은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말문을 잇지 못했다.
본은 통산 월드컵에서 84회나 우승하고 올림픽 메달도 3개(금메달 1개·동메달 2개)나 보유한 전설이다. 동시에 부상과 끊임없이 싸워 왔던 선수이기도 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대회 2주 전 정강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활강 종목에 출전을 강행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극심한 허리 통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출전해 활강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각종 부상에 신음하던 본은 2019년 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연이은 부상으로 일상생활 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키를 향한 그의 열정은 휴식 속에서 더욱 커졌다. 무릎에 티타늄 인공 관절을 넣는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사라진 본은 2024년 5년 9개월 만에 다시 스키를 신고 설원 위에 섰다. 2024년 12월 현역 복귀 후 첫 월드컵에서 “오랜만에 산에 맞서는 긴장감을 느껴 좋았다”며 활짝 웃기도 했다. 긴 공백에도 ‘스키 전설’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까마득한 후배들을 상대로 뒤쳐지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며 올 시즌 월드컵에서 금 2, 은 2, 동 3개를 수확했다.
부상 악령은 또 다시 전설 옆을 맴돌았다. 동계올림픽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둔 1월 30일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 중 점프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슬로프 옆 그물과 강하게 충돌해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은 것.
하지만 올림픽을 향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출전을 강행한 그는 본은 보란듯이 스키 경기가 열리는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 입성했다. 공식 코스에서 펼쳐진 연습 주행에서도 좋은 기록을 선보이며 메달 획득 가능성을 키웠다. 특히 두 번째 연습주행에서는 1분 38초 28로 1위를 차지한 브리지 존슨(미국·1분 37초 91)에 불과 0.37초 뒤진 좋은 기록을 써냈다.
하지만 본선에서 끝내 탈이 났다. 항상 결승점을 통과하며 지었던 웃음 대신 안타까운 울음소리만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본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시사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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