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밝히는 白梅 드레스…그림자조차 작품이 된다
■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특별전
미술 의상 한국적 맥락서 재해석
입는 예술이자 조형 예술로 확장
40여년 패션아트 작품 56점 전시
6주 만에 36만명 찾아 역대 최대
뜨거운 인기에 내달 22일까지 연장
수정 2026-02-09 23:53
입력 2026-02-09 18:04
박물관에 들어서자 짙은 어둠 속에서 살포시 조명을 받은 ‘백매(白梅·흰색 매화)’ 드레스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새하얀 서리꽃이 내려앉은 듯 우아한 자태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투명 비즈를 사용한 이 작품은 빛에 따라 미세하게 반짝이며 숨을 쉬고, 그 아래로는 그림자가 일렁인다.
“정원에 있는 매화나무, 특히 봄마다 하얀 꽃을 피우던 백매에서 영감을 받았다. 매화의 생명력과 시간의 흐름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의 와이어 드레스와 한복이 전시되고, 업사이클링 작업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도 눈길을 끈다.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시 피켓 요원 의상 ‘눈꽃요정’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금기숙(74) 작가의 40여 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특별전 ‘댄싱, 드리밍, 인라이트닝(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이 서울 종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특별전 개막 이후 이달 8일까지 누적 관람객이 총 36만6046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박물관 개관 이래 역대 최다 규모다.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미술의상’ 개념을 한국적 맥락으로 재해석하며 철사, 구슬, 노방, 쓰고 버려지는 폐기물(스팽글·빨대·스펀지·은박지 등)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의상을 ‘입는 예술(Wearable Art)’이자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예술로 확장하며 패션아트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패션문화협회장,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공의 자산으로 환원하겠다는 뜻을 품고 평생에 걸쳐 작업한 작품 총 56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고 박물관 측은 이를 기념해 특별전을 마련했다.
작가의 작품은 주로 공중에 전시된다. 평면이 아니라 입체 작업이기 때문이다. 천장과 이어진 와이어를 통해 허공에 떠 있는 작품은 보는 위치, 조명의 각도 등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낸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바닥도 살펴야 한다. 그림자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까닭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카테고리는 한복이다. 작가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한복을 만들어왔다. 드레스에 비해 평면적이라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부분은 비즈의 밀도감으로 리듬감을 주는 방식으로 선과 색을 강조했다.
패션아트의 지평을 넓힌 작가의 작품에 관람객들이 뜨겁게 호응하자 박물관 측은 당초 3월 15일까지였던 전시를 3월 22일까지로 연장했다.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매주 금요일에는 밤 9시까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백매 드레스’는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화제의 공간이자 주요 포토 스팟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장은 연일 젊은 관객들로 북적이고, 하루 평균 약 1만 명으로 가장 많을 때는 하루 2만368명(1월 31일)이 방문했다고 한다. 서울시 소속 박물관으로서 역대 최고 흥행으로 평가된다. “올 겨울 꼭 봐야 할 전시”, “공예의 예술적 가치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전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완성도 높게 구현됐다”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금기숙 특별전은 공예 분야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패션아트를 주제로 했음에도 폭넓은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전시 기간 연장을 통해 더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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