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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곳곳서 지뢰밭…참다 못한 KG, 소액주주연대 경찰 고소

“컨설팅 명목으로 5000만원 요구”

KG, 액트 등 공갈미수 혐의 고소

LS에식스 이어 세방·이마트까지

주주제안 넘어 신고 남발로 압박

“자본시장 거버넌스 개선에 찬물

부당한 활동으로 경영위협” 지적

수정 2026-02-10 23:47

입력 2026-02-10 15:44

지면 19면
KG그룹 기업 CI. KG그룹
KG그룹 기업 CI. KG그룹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과 소액주주 간 갈등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상법이 개정되고 한국 증시 전반에 주주가치 제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소액주주 연대의 활동도 더욱 힘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연대가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 신고를 남발하고 일부 주주 대표는 기업을 상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0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지난해 말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와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공갈 미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KG그룹 관계자는 “액트 측이 회사에 거버넌스 개선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별도로 5000만 원을 요구했다”며 “회사는 이 같은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고 공갈 미수 혐의를 적용해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KG케미칼(001390)·KG에코솔루션(151860)·KG모빌리티(003620) 등 KG그룹 내 6개 상장사 주주들로 구성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측을 압박해 왔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낮은 주주 환원, 기업설명(IR) 활동 미흡 등을 주장하며 지난해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공정위에 곽재선 KG그룹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면서 공론화 장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주주가치 제고 명분을 발판 삼아 연대 측 대표가 회사에 경제적 이득을 요구하는 등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일부 사업자들이 소액주주 활동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행태가 반복돼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거센 비판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LS(006260)에식스솔루션즈 사례도 유사하다. 상장 무산에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지자 액트 측은 LS그룹에 직접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물밑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모인 소액주주 세력을 이용해 회사를 압박하고 별도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 혐의나 상법에 명시된 ‘이익공여 금지’ 위반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S와 KG 외에도 정기 주총을 앞두고 상장사와 소액주주 간 갈등은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일부 부도덕한 사례 탓에 시장 전반에 일고 있는 거버넌스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마트(139480)신세계푸드(031440)를 100% 자회사로 만들어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던 계획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세계푸드 소액주주들은 이마트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며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또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상장폐지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선행 매매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유한양행(000100)의 항암 신약 연구개발(R&D) 자회사인 이뮨온시아(424870) 주주들은 최근 발표된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에 반발하며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최대주주인 유한양행이 배정 물량에 100% 청약해 경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방(004360)은 자사주 처분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세방 소액주주연대는 세방이 지난해 7월 하이비젼시스템과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을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세방의 자사주 처분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세방 측은 과거 관계기관 조사 등을 통해 명확히 소명된 사안을 주주연대가 반복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객관적 근거 없이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갈등이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거버넌스 선진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관계 당국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고 뒤로는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부도덕한 행태가 반복돼 정상적 경영 활동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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