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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갈륨 봉쇄에 美 해법은 ‘고려아연’

점유율 99% 中 수출 통제에 가격 2년 새 3배↑

고려아연과 JV 설립…테네시에 생산 공장 목표

폐기물서 광물 추출…밴스 부통령 “우수한 사례”

수정 2026-02-11 08:10

입력 2026-02-11 05:00

갈륨 샘플. 사진제공=WSJ
갈륨 샘플. 사진제공=WSJ

미국이 희토류에 이어 갈륨마저 자체 생산망 구축에 나섰다. 전세계 물량의 99%를 생산하는 중국이 갈륨 수출까지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심 기술을 보유 한국의 고려아연을 파트너로 선정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박리다매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양질의 갈륨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꾸려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중국이 갈륨 시장을 통제하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다”며 “이 시장은 전략적 투자와 분산투자를 불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갈륨 공급망 구축 계획 중 핵심은 19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해 고려아연과 설립할 JV ‘크루서블’이다. 크루서블은 47억 달러(6조8000억 원)를 들여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미국 내 첫 갈륨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 이곳에서는 갈륨, 안티모니를 포함한 핵심 광물 11종과 비철금속 13종을 생산하며, 2030년부터 연간 생산량 최대 54만 톤이 목표다. 양측은 부지를 매입하고 아연 공장과 제련소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신속하게 갈륨 공급망 확보에 나선 배경은 중국에 있다. 미·중 ‘반도체 전쟁’ 속에서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행했고, 2024년 12월에는 갈륨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갈륨은 군사 시스템, 자율주행차, 노트북 고속충전기 등에 쓰인다. 첨단산업에 사활을 건 주요 국과 기업에 갈륨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전 세계 수출 물량의 99%를 담당하는 중국이 갈륨 통제로 패권을 잡으려는 가운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갈륨 가격은 2년간 3배로 뛰었고, 올 1월 평균 가격은 1㎏당 157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갈륨 수요가 2030년까지 약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갈륨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에 미국이 다자협의체인 ‘포지(Forge)’ 이니셔티브의 일환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기업 고려아연과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 4일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회의에서 양자 협력 체계인 핵심광물 무역블록 결성을 발표했다. 그는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고려아연 사례를 미국의 비철 광물 협력 우수 프로젝트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고려아연이 클라크스빌을 첫 생산기지로 점찍은 것은 부지와 제련소, 광산 등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클라크스빌 제련소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투입 비용 대비 성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련소 내 숙련된 노동자들을 그대로 영입해 숙련된 기술을 전수하고, 이곳에 쌓인 폐기물을 중간재 원료로 활용한다면 손 쉽게 새로운 광물을 추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고려아연에 대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대신 가장 먼저 갈륨 상품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크루서블 JV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대신 미국 정부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부여했다. 신주인수권은 주당 1센트에 최대 14.5%를 매입할 수 있으며, 제련소의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약 22조 원)에 달하면 20%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폐기물, 폐자원으로 분류된 것에서 가치가 있는 광물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이를 사들여 새로운 광물로 만들면 원료 비용이 낮아져 상품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수요에 따라 추출 광물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며 “탄력적이고 유연한 공장 라인 운영이 가능해 생산원가를 낮추면서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미국은 호주, 일본과 함께 자원을 투입해 호주 서부 와저럽에 있는 알코아 공장에서 전세계 갈륨 수요의 10%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루이지애나에서도 갈륨 회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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