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소원’ 위헌 소지 지적...“국가경쟁력 약화”
입력 2026-02-10 21:22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처리를 예고한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를 놓고 대법원이 국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가 국가경쟁력 약화와 위헌 가능성을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달 11일 재판소원법을 처리할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36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재판소원 도입을 포함한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을 이달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사법부에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은 현행 헌법 하에서 입법만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다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101조 2항)고 정한 헌법 조항을 들어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이는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최종심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며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2001년 2월 전원재판부 결정 등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헌법규정상 지극이 당연한 확인적 규정’이라고 판시했다고 짚었다.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달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판소원제에 대해 “헌법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권한이 분장돼 있다”며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헌재에서 재판소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결국 헌법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우려했다. 국민 입장에선 확정판결 후에도 다시 판단받는 ‘계속된 송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막대한 사건 처리 비용·시간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으로 결국 ‘4심제’가 돼 “재판의 지속과 반복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대법원의 결론이 헌재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하리라 예상 가능해 거의 모든 사건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지고 소용은 없는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전체적인 사법 체계에 혼란이 이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에 의해 취소되거나 가처분으로 인해 유동적 상태가 된다면 법적 불안정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의 혜택은 권력자 또는 높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고, 대부분의 사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무의미하고 허탈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은 결국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 등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사건만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어서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하게 하는 희망고문”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재판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재판소원에 자원을 투입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과거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1년에 4만 건 이상 처리하는 데 30%(1만 2000건)가 (불복해) 헌재로 오면 감당할 수 없다”고 한 말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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