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신뢰 깨뜨린 ‘유령코인’
신중섭 금융부 기자
입력 2026-02-10 23:49
“비트코인 62만 개(약 62조 원)라는 숫자가 입력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합니다.”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 ‘유령 코인’이 잘못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감독 당국 고위관계자의 반응이다.
대부분의 코인이 회수됐다는 설명에도 빗썸의 오랜 업력과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가 16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시장이 대중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코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주요국 대비 도입 속도가 더딘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가상화폐 시장의 틈새를 꼼꼼히 메울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봐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과 사고 대응, 책임 여부 등이 법과 제도를 통해 명문화돼야 한다. 그래야 업계도 대응 역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도 같은 논의 선상에 놓여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업계 2위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거래소에서도 생각지 못한 사고가 나는 것이 가상화폐 분야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제도화의 초점은 주로 신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혁신만큼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통제 역량이 확보돼야 한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디지털자산 역시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만큼 같은 명제가 적용돼야 한다. 무조건 사업의 진입 문턱만 낮춰달라고 하기보다는 보안·통제 측면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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