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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AI 100년 빚잔치, 노동은 결코 자본 못 이긴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42>

아마존·구글·MS·메타 등 올해 ‘1000조’ 투자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 AI 빚만 600조원

알파벳은 英서 100년물까지...xAI도 5조 조달

‘고성장’ 엔비디아, 고용은 80년대 IBM의 10%

‘근로자’ 아닌 ‘인적자본’만 직원...자본 수익 ↑

수정 2026-02-12 04:01

입력 2026-02-11 06:00

AI 시대, 노동은 자본 못 이긴다고?

유대계 미국인이자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2004년 미국 하버드대를 다니다가 페이스북을 창업하면서 지금까지 대표적인 글로벌 기술 선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1150억~135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1107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대계 미국인이자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2004년 미국 하버드대를 다니다가 페이스북을 창업하면서 지금까지 대표적인 글로벌 기술 선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1150억~135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1107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천문학적 규모의 인공지능(AI) 투자가 뉴욕 증시를 연일 흔들고 있다. 특히 투자 대금의 상당 부분이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아닌 채권 발행, 즉 빚으로 조달되면서 월가에서도 그 규모와 수익성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현 AI는 아직 꿈을 팔아 돈을 버는 단계인 셈이다. 이는 AI 도입이 확산할수록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본의 수익성만 높아지는 속성을 미리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월가의 자금이 AI로 점차 쏠리면서 올해에도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와 수익 구조 변화가 글로벌 증시 흐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구글·MS·메타·오라클, 앞다퉈 천문학적 AI 투자...‘1000조 원 계획’에 주가는 급락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연구센터의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연구센터의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공시를 내고 AI를 포함한 올해 자본지출(CAPEX) 예상액을 약 20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 1446억 7000만 달러를 500억 달러 이상 초과하는 수치였다. 이후 아마존의 주가는 6일(-5.55%), 9일(-0.76%) 연이어 하락했다.

아마존의 올해 자본지출 예상액은 AI 투자 경쟁을 벌이는 구글, 메타 등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구글은 하루 전날인 4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을 지난해 914억 달러의 두 배 수준인 1750억∼185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1195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이후 5일(-0.54%), 6일(-2.53%) 연속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지난달 28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에서 각각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1400억 달러, 1150억~1350억 달러로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설비와 관련 부지를 포함한 올해 전체 자본지출 계획은 지난해 811억 달러의 1.7배나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0~12월) 자본지출 또한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한 3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AI 확산이 초기 단계에 있는데도 주요 기업보다 더 큰 사업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메타의 자본지출 예상치 역시 시장 예상치였던 1107억 달러보다 많았다.

1일 로이터통신은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오라클도 올해 450억∼500억 달러(약 65조 7000억∼73조 원)의 자금을 회사채와 주식으로 조달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조달 목표액의 약 절반은 지분연계증권과 보통주 발행을 통해 확보한다. 이 방안에는 의무전환우선주(MCPS)와 최대 200억 달러(약 29조 2000억 원) 규모의 신규 유상증자가 포함될 예정이다. 나머지 절반은 선순위 무담보 등 채권 시장에서 조달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오라클 등은 5대 하이퍼스케일러로 꼽힌다. 주요 AI 기업의 올해 자본지출 예상액을 모두 합하면 6600억 달러(약 9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다음 날인 1월 29일 무려 9.99%나 급락했다. 이후에도 같은 달 30일(-0.74%), 2월 2일(-1.61%)과 3일(-2.87%), 5일(-4.95%)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규모도 3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메타는 1월 29일에는 10.40% 급등했지만 30일부터 2월 4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16일 313.00달러였던 오라클의 주가는 이달 5일 136.48달러까지 내려갔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월가가 이들의 현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AI 공격 투자 규모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구글의 경우는 지난해 11월 18일 선보인 텐서처리장치(TPU) 적용 ‘제미나이 3.0’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오픈AI의 ‘챗GPT’를 동시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수입원인 인터넷 광고와 클라우드 성장세도 탄탄한 편이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광고, 구독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각 부문이 두루 선전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12% 정도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2024년 4분기보다 60%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마이크로소프트를 두고 AI 사업이 투자자를 설득할 만큼 실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퍼스케일러 빚만 600조 원...알파벳은 영국서 100년 만기 채권도 검토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아마존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공시를 내고 AI를 포함한 올해 자본지출(CAPEX) 예상액을 약 20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 1446억 7000만 달러를 500억 달러 이상 초과하는 수치였다. 사진 제공=아마존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아마존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공시를 내고 AI를 포함한 올해 자본지출(CAPEX) 예상액을 약 20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 1446억 7000만 달러를 500억 달러 이상 초과하는 수치였다. 사진 제공=아마존

실제 알파벳을 포함해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지난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총 1650억 달러(약 240조 원)를 차입했다. 오라클은 이달 들어서도 250억 달러(36조 6000억 원)를 채권 시장에서 추가 확보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차입액이 4000억 달러(약 5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등급 채권 규모도 사상 최대인 2조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금액의 최대분을 ‘빚투(빚 내서 투자)’가 차지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9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알파벳이 AI 투자를 위해 미국 채권시장에서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알파벳이 발행한 달러화 채권은 각기 만기가 다른 일곱 종류다. 이 가운데 가장 만기가 긴 2066년 만기 40년물은 미국 국채 금리에 1.2%포인트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얹은 수준에서 논의했다가 투자 수요가 몰리자 그 수준을 0.95%포인트로 낮췄다. 알파벳은 달러화 채권 외에 영국 파운드화와 스위스프랑화 채권도 함께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알파벳은 특히 파운드화로는 만기가 100년인 초장기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100년물은 과거 초저금리 시기 국채 등으로 발행된 적은 있으나, 기술기업의 채권으로는 그 사례가 드물다. 영국 시장에서 100년 만기 채권은 옥스퍼드대, 프랑스전력공사(EDF), 웰컴트러스트 등이 발행한 바 있다. 기술기업 가운데는 IBM이 30년 전인 1996년에 100년물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알파벳의 주가는 이 보도로 다음 날인 10일 장중 2%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채권시장에서 175억 달러(약 25조 원), 유럽에서 65억 유로(약 11조 원)를 조달했다. 당시 발행한 50년물은 지난해 미국에서 기술기업이 발행한 채권 중 가장 만기가 길었다. FT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이들의 공급 업체들이 올해 AI 인프라에 약 7000억 달러(약 1000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대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시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토로라가 1997년 이와 같은(100년 만기) 유형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기술기업이 극단적인 만기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AI 비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스페이스X의 자회사 xAI가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통해 엔비디아 칩 구매 비용 34억 달러(약 5조 원)를 조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xAI는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 2일 자신이 이끄는 스페이스X를 통해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힌 생성형 AI ‘그록(Grok)’ 개발 스타트업이다.

xAI의 이번 거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아폴로에서 자금을 빌려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한 뒤 이를 xAI에 다시 임대해 주는 구조다. xAI는 신용도가 높은 다른 빅테크들과 달리 채권 발행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같은 순환 거래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성장은 1980년대 IBM보다 빠른데 고용은 10%...빅테크 직원은 ‘근로자’ 아닌 ‘인적자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I 산업이 지금부터 자본과 빚을 극대화한 형태로 진행되자 월가에서는 앞으로 경제 양극화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껏 고부가가치 영역이었던 노동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근로 소득으로는 자본 수익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1985년 IBM과 현 엔비디아를 비교하며 기업 활동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노동이 아닌 자본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1985년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었던 IBM의 직원은 40만 명에 가까웠다. 반면 엔비디아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IBM보다 기업 가치가 20배가량 크면서 수익은 5배 높고, 고용 인원은 10% 정도 밖에 안 된다.

WSJ은 일반 노동자에 돌아가는 몫은 없이 기업 이익만 커지는 경향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본격화했다고 분석했다. 2019년 말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평균 시간당 임금은 3% 올랐고, 근로자 전체의 총 소득은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기업 이윤은 43%나 급증했다. 더욱이 AI의 발전은 경제 생산물의 더 많은 부분을 노동이 아닌 자본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실제 이번주에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미국에서는 해고는 증가하고 구인 공고는 급감했다는 지표가 연이어 나왔음에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지난 6일 사상 첫 5만 선을 돌파했다. 고용 없는 성장을 시장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WSJ 분석에 따르면 노동에서 자본으로의 이익분배 전환은 40년 이상 진행됐다. 미국 국내총소득(GDI)으로 측정한 경제 생산물 총액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58%에서 지난해 3분기 51.4%로 줄었다. 반대로 이 기간 기업 이윤의 비중은 7.0%에서 11.7%로 늘었다.

AI 시대에는 기업에 소속됐다고 똑같은 근로자도 아니다. 엔비디아의 경우는 1985년 IBM과 달리 제품을 설계하기만 할 뿐 직접 제조하지는 않는다. 이런 기업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 기술을 설계하는 직원은 일종의 인적 자본으로 취급받는다. 이들은 기업의 성과를 주식으로 보상받으면서 노동시장에서 일반 노동자들과는 다른 지위를 갖는다. 알파벳의 경우도 지난 3년간 매출을 43% 늘리면서도 직원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이들의 자본은 과거처럼 공장, 건물, 기계가 아닌 알고리즘, 운영 체제, 표준, 사용자 네트워크 등 비가시적 자산에 몰려 있다.

AI 산업 규모가 커지고, 수익 모델이 사회 각 분야에 자리잡을수록 인간 노동의 가치는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이 자본을 불리기 쉬워지면서 평등의 가치 실현과 사회 잉여자본 배분에 대한 정치적 고민도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에게는 당장 막대한 부채를 쥔 기업들 가운데 생존할 곳과 쓰러질 곳을 아는 게 중요하지만 말이다.

트럼프 스톡커
트럼프 스톡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AI 시대, 노동은 자본 못 이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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