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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부터 QR까지…진화하는 대학가 ‘사이비 포교’

3월 개강 앞두고 대학가 포교 기승

커뮤니티서 ‘사이비 구별법’ 공유

맛집 동아리로 위장해 접근하기도

“종교의 자유·개인정보 침해 우려”

수정 2026-02-11 08:39

입력 2026-02-11 08:00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 한 종교 사이트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포함된 카드 한 장이 놓여 있다. 남소정 견습기자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 한 종교 사이트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포함된 카드 한 장이 놓여 있다. 남소정 견습기자

“살면서 생기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드립니다.”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 의자 위에 명함 크기의 카드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카드에는 인생의 해답을 제시하겠다며 QR코드 인식을 유도하는 문구가 담겼다. 실제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인식해 보니 특정 종교의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됐다. 지하철역을 오가는 시민들은 의자마다 놓인 카드를 신기한 듯 살펴봤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와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사이비 포교 활동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길거리에서 직접 말을 걸던 과거 방식과 달리 포교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에브리타임 등 대학 커뮤니티에는 사이비 포교와 관련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퍼스널 컬러나 MBTI 진단을 무료로 해준다고 접근할 경우 조심해야 한다거나, 2인 1조로 길을 물어보면 지나쳐야 한다는 등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비 대처법’이 활발히 공유되는 중이다. 올해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장 모(20)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이 사이비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해서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 단체가 일반 동아리로 위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연합동아리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이 어디냐고 묻는데 사이비가 의심된다” “동아리 면접을 보러 갔는데 갑자기 종교를 물었다”는 등의 경험담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 활동 사진이나 회장 연락처 유무를 기준으로 사이비를 가려야 한다는 식의 ‘구별법’까지 게시되는 추세다.

지난달 23일 중앙대 에브리타임에 자신이 지원한 연합동아리가 사이비 단체인지 묻는 글이 올라와 있다. 에브리타임 캡처
지난달 23일 중앙대 에브리타임에 자신이 지원한 연합동아리가 사이비 단체인지 묻는 글이 올라와 있다. 에브리타임 캡처

이른바 ‘동아리 포교’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대면 포교가 교묘하게 변형된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래 모임을 통해 유대감을 먼저 쌓은 뒤 종교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학생 김 모(22) 씨는 “지난해 맛집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초반에는 일반 동아리처럼 활동하다가 두 달 정도 지나자 사람들이 종교 공부를 권했다”며 “이미 친해진 상태여서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하철 승강장 의자, 편의점, 아파트 등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장소에 QR코드나 명함, 포스터를 비치하는 방식도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실용적인 제안을 무료로 살펴볼 수 있다’와 같이 종교를 드러내지 않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고민 해결’ ‘인생 상담’ 등 개인의 심리를 파고드는 표현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포교 목적을 숨긴 채 접근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는 물론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 단체라면 자신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학생들 역시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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