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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워시發 불확실성 지속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수정 2026-02-11 19:00

입력 2026-02-11 17:57

지면 21면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명됐다. 워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부터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는 2011년 벤 버냉키 의장과 비둘기파가 주도하던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며 최연소 연준 이사직에서 사임한 인물이다. 이러한 매파적 성향은 트럼프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며, 트럼프는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권고에 따라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을 결정한 바 있다.

워시 지명 이후 금융시장은 그가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케빈 해싯, 크리스토퍼 월러, 릭 라이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강세와 주가 하락, 장기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다만 워시가 트럼프의 파월 의장 해임 시도에 반대하는 조언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워시 지명 이후 통화정책 경로를 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파월 의장 임기 종료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현재 통화정책 휴지기에 들어선 상태다. 고용과 물가 등 양대 정책 목표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시는 과거 금리 인하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대차대조표를 과도하게 축소하기보다는 상당한 폭의 금리 인하를 병행해 금융 자금을 실물경제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워시의 대차대조표 축소 구상은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양적긴축(QT)을 종료한 이후 충분한 지급준비금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 국채 매입(지준관리매입·RMP)을 시작한 상태다. 이에 따라 즉각적인 대차대조표 축소보다는 4월 이후 RMP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 보유 국채의 만기를 단기화하는 소극적 조정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은행 규제·감독 완화를 병행해 신용 배분과 공급을 민간 부문으로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 내부의 의견 구도와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워시가 연준을 떠난 이후 연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이어오며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반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정책 결정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변화 등이 내부의 반발을 사게 될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의 잔여 임기 수행 여부, 리사 쿡 이사 해임을 둘러싼 대법원의 최종 판단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레임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워시가 과거의 매파적 성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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